"QVC가 찾던 그 제품이네요"…美 바이어 사로잡은 한국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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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中企, 美 유력 바이어와 상담회
韓·美, 5000만弗 공동펀드 조성…미국 진출 한국기업에 투자
< QVC : 美 최대 홈쇼핑 업체 >
“QVC가 찾던 바로 그 제품입니다. 내일 다시 만나죠.” 30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워싱턴DC의 웨스틴호텔. 미국 최대 홈쇼핑 업체 QVC사의 구매 에이전트 ‘TV 세일즈 다이렉트’의 더글러스 던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들과 1 대 1 상담회를 갖는 내내 찬사를 쏟아냈다. 던 대표는 “미국에 거점이 없는 한국 기업들을 만나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며 “품질이 뛰어나고 독창적인 스토리가 있는 몇몇 기업과 추가 미팅을 갖고 방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 중소기업이 미국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에어비타와 롤팩, 휴비딕을 비롯한 14개 중소기업 대표로 구성된 ‘미국 시장개척단’은 이날 QVC 및 미국 조달청(GSA) 1차 벤더들과 기업 상담회를 갖고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시장개척단은 중소기업청(청장 송종호)이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꾸렸다. 국내 중소기업과 미국 유력 바이어들이 대규모 상담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길순 에어비타 사장은 “미국 진출을 오래 준비해 왔다”며 “10년 묵은 한을 드디어 풀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김태곤 파이온텍 사장은 “중소기업 비즈니스는 아날로그가 맞다”며 “직접 만나보니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금자 롤팩 사장은 “QVC를 개척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며 “바이어가 직접 공략 노하우를 알려준 덕분에 맨땅에 헤딩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행사에선 한국 기업들의 달라진 위상도 확인됐다. CSC의 릭 자프카 이사는 “10년 전에는 한국 기업과 거래할 일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실력 좋은 기업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90개국에서 9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으로 GSA 1차 벤더다. 쓰리엠과 팬텍도 벤더로 참가했다.
중기청은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미국 중기청(SBA)과 최대 5000만달러 규모의 공동투자펀드(가칭 ‘KORUS’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송종호 청장은 이날 미국 카렌 G 밀스 중기청장과 양자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펀드는 미 SBA가 주관하는 창업 지원 정책인 ‘Early Stage SBIC 프로그램’에 한국벤처투자(KVIC)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참여하는 식으로 결성될 전망이다. 펀드는 먼저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창업 기업에 최대 50%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미국에서 추천하는 미국 기업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송 청장은 설명했다. 중기청은 펀드 결성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선진 투자 기법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소기업 포럼’도 번갈아 개최하기로 했다.
송 청장은 “펀드가 결성되면 실리콘밸리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창업 중소기업의 투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