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감원의 속보이는 TF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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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이런 태스크포스(TF)를 해서 뭐합니까? 차라리 그냥 공문을 보내세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연계신용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을 위한 3차 TF 회의. 참석했던 증권사 관계자들은 회의가 끝나자 금융감독원 참석자에게 이같이 따져 물었다. 이 TF는 정치인 테마주 시세조종의 자금줄로 지목되고 있는 스톡론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됐다. 10여개 증권사와 금감원, 금투협 등의 담당자들이 모여 지난달 12일 1차 회의를 열었고, 이날이 마지막 회의였다. ‘스톡론’은 주식이나 예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식 매입 자금대출’이다.참석했던 증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감원 담당자는 1차 회의에서 스톡론 대출 비율을 최고 300%에서 122%로 하향 조정하고, 담보 유지 비율을 115%에서 140%까지 올리는 내용의 모범규준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윗사람들이 스톡론을 없애라고 하는 것을 ‘아예 없애기는 그러니 이 정도로 규제하면 자연스레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설득해 방안을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증권사들은 화들짝 놀라 “금감원의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대신 대출 비율을 200%로 내리고 담보 유지 비율을 125%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감원과 증권사의 의견이 다른 만큼 금감원이 절충안을 내놓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금감원 담당자는 처음과 똑같은 안을 내놓으며 “그냥 이대로 할 게요”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스톡론을 옥죄면 투자자들은 명동 사채시장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예전부터 있던 스톡론을 난데없이 테마주 규제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개정안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증권사의 입장도 반영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금감원은 다음주께 개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주 시세조종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초가삼간’을 태울지 모른다는 게 증권업계의 우려다. 일방적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해 놓고 부작용이 생기면 “증권사들과 협의했던 것”이라며 발뺌하는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있는 금감원이라면 속이 너무 빤히 들여다 보인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