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블랙베리…갤럭시·아이폰 방식 따라하기

'쿼티 키패드' 없애고 화면 키워

RIM, 새 OS '블랙베리 10' 공개
엔터테인먼트 기능 대폭 강화
“쿼티 키패드가 빠졌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으로 알려진 캐나다 휴대폰업체 리서치인모션(Research In Motion·RIM)이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적용한 ‘블랙베리 10 개발자 모델(Dev Alpha)’을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메일을 주고받기 편해 인기를 끌었던 ‘쿼티 키패드’가 빠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모델이나 애플의 아이폰에 채택된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했다. ◆디스플레이가 커졌다

토르스텐 하인스 RI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블랙베리월드 2012’ 기조연설에서 “블랙베리 10의 가장 큰 특징은 언제 어디서도 사람들을 연결시켜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사람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열쇠”라고 설명했다.

블랙베리 10 개발자 모델은 1280×720 해상도의 4.2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현재 블랙베리의 최신 모델인 ‘9900’은 640×480 해상도에 2.8인치 LCD(액정표시장치)를 쓰고 있다. 작은 화면 탓에 동영상 감상이나 게임 등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하인스 CEO는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OS에 맞는 응용프로그램(앱)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제품”이라며 “실제 제품의 디자인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4.2인치 풀터치 스크린에 최적화된 새로운 스크린방식 키보드’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 RIM의 방침이다. 앞으로 만들 제품도 풀터치 스크린 위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RIM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기능을 ‘개발자 모델’에 대폭 추가했다. 카메라 기능이 대표적이다. 사진을 찍었는데 눈을 감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얼굴을 확대해 눈을 뜬 다른 사진을 가져와 합성할 수 있다. 자동차와 블랙베리를 연결해 음악, 내비게이션 등을 작동시킬 수 있는 ‘텔레매틱스’ 기능도 소개했다.

하인스 CEO는 무대 위에 놓여진 포르쉐 자동차를 통해 기능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기업 고객에 주력했던 그동안의 사업 전략에서 벗어나 개인 고객까지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앱 확보가 부활의 관건

RIM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09년 19.7%에서 지난해 4분기 8.5%로 추락했다. 올해 말 선보일 블랙베리 10 신제품은 RIM의 명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활의 관건은 ‘쓸 만한 앱을 늘리는 것’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블랙베리용 앱은 현재 7만여개 수준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50만개가 넘는 앱이 등록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다.RIM은 이번 행사에 참석한 개발자들에게 시제품을 나눠주고 개발용 툴도 공개했다. 하인스 CEO는 “손쉽게 앱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게임 제작 업체 게임로프트를 비롯해 피시랩스(게임), 페이스메이커(음악), 픽셀맥스(잡지) 등 다양한 업체의 CEO들도 이날 기조 연설에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블랙베리 10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베리 플랫폼에 참여하는 개발자를 늘려 개인 사용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인 셈이다.

올랜도=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