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화가' 김종학 화백, 편지·드로잉 묶어 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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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가 미술을 하고 싶으면 용기있게 해라. 위험부담이 많은 직업을 권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네가 좋으면 꼭 해봐. 아빠가 보기에도 현주는 소질이 있어. 차갑고 사실적인 것보다 뜨거운 표현과 그림이 네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빠의 피는 못 속이지.’
‘설악의 화가’ ‘꽃의 화가’ 김종학 화백(75·사진)이 지난 30여년간 두 자녀에게 쓴 250여통의 편지를 미발표 드로잉 및 대표작 90여점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김종학의 편지》(마로니에북스 펴냄)다. 책 속의 편지에는 긴 무명 시절을 견뎌낸 후 유명 화가가 된 자신과 이혼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들을 달래려 했던 내면 풍경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신의주 태생인 그는 경기중·고, 서울대 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이후 삶은 순탄치 않았다. 무명 화가요 무능한 아버지였으며, 결혼 생활에도 실패했다.
이혼 즈음에 10대가 된 딸 현주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렸고, 다섯 살인 아들 홍석과는 얘기를 주고받을 처지도 못 됐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설악산을 찾아든 그를 살린 것은 아이들에게 화가로서 아버지를 기억하게 해줄 100장의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특히 딸 현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 같다. 미술학도로서 읽었으면 하는 책, 손잡고 가고 싶은 전람회를 꼽는 대목에서 딸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설렘이 읽힌다. 미술과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담과 격려도 눈에 띈다.‘그리고 추상을 하다 보면 구상이 생각나고, 구상을 생각하면 추상이 생각나는 방황의 시간이 아빠도 꽤 길었어. 나이 사십이 넘어서야 그 방황이 끝났다. (중략) 늘 자신만만하고 일이 잘 풀리면 인생의 깊이를 모른단다. 살다 보면 오늘 자신있다가도 내일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들이 꽤 많아. 어쩌면 그게 인생이다.’
책에 실린 편지와 드로잉, 수채화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의 두가헌에서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설악의 화가’ ‘꽃의 화가’ 김종학 화백(75·사진)이 지난 30여년간 두 자녀에게 쓴 250여통의 편지를 미발표 드로잉 및 대표작 90여점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김종학의 편지》(마로니에북스 펴냄)다. 책 속의 편지에는 긴 무명 시절을 견뎌낸 후 유명 화가가 된 자신과 이혼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들을 달래려 했던 내면 풍경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신의주 태생인 그는 경기중·고, 서울대 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이후 삶은 순탄치 않았다. 무명 화가요 무능한 아버지였으며, 결혼 생활에도 실패했다.
이혼 즈음에 10대가 된 딸 현주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렸고, 다섯 살인 아들 홍석과는 얘기를 주고받을 처지도 못 됐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설악산을 찾아든 그를 살린 것은 아이들에게 화가로서 아버지를 기억하게 해줄 100장의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특히 딸 현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 같다. 미술학도로서 읽었으면 하는 책, 손잡고 가고 싶은 전람회를 꼽는 대목에서 딸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설렘이 읽힌다. 미술과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담과 격려도 눈에 띈다.‘그리고 추상을 하다 보면 구상이 생각나고, 구상을 생각하면 추상이 생각나는 방황의 시간이 아빠도 꽤 길었어. 나이 사십이 넘어서야 그 방황이 끝났다. (중략) 늘 자신만만하고 일이 잘 풀리면 인생의 깊이를 모른단다. 살다 보면 오늘 자신있다가도 내일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들이 꽤 많아. 어쩌면 그게 인생이다.’
책에 실린 편지와 드로잉, 수채화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의 두가헌에서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