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IT의 두 가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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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장면 1. 카카오톡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국내 망 사업자들이 속으로 끙끙 앓았다. 지난 2월 KT는 삼성전자 스마트 TV의 접속 제한조치를 취했다. 삼성은 반발했다. 당시 구글 다음 카카오 등 오픈인터넷협의회는 KT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다음 TV’가 출시됐다. KT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7만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만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민단체는 mVoIP의 부당한 차단이라고 비난했다. KT 등 국내 유선통신 3사가 네이버 다음 구글 등 인터넷 업체에 망 사용대가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해외에서는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트래픽 대란 가능성을 경고했다. 통신 트래픽 갈등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이슈로 부상했다.
장면 2.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특허전쟁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합의를 모색하라고 했다. 그러나 1년 이상 이어진 두 회사의 특허전쟁이 종지부를 찍을지는 미지수다. 삼성과 애플은 이 순간 다른 특허괴물로부터도 소송을 당하고 있다. 구글과 오라클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야후와 페이스북 간 특허전은 아예 감정싸움으로 비화됐다. 모토로라는 애플과의 소송 전에서 일부 승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업자들을 압박해 특허료를 챙기고 있다.공유지의 비극
첫째 장면에서 망 사업자가 우려하는 건 데이터 폭증이다. 지금의 유·무선 네트워크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헤비 유저의 독점, 무임승차(free-riding)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이에 맞서 플랫폼, 콘텐츠, 단말기 사업자가 들고 나오는 논리는 ‘망 중립성’이다. 차별하지 말라는 얘기다. 양쪽 다 일리는 있다. 저렴한 요금, 양질의 네트워크 서비스가 항상 가능하다면 갈등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인터넷망이 트래픽 폭증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경우다. 망 중립성과 정액요금제가 결합되면 이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 망이 사적 소유물이어도 그런 상황에서는 ‘비배타성’이 성립되고, 네트워크 용량은 제한되어 있어 ‘경합성’ 또한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 ’이 발생한다. 공유지의 비극 은 소유권(배타성) 확대가 그 해결책이다. 망의 블랙아웃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수익자나 트래픽 유발자 부담 원칙이 불가피하다. 결국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가 문제다.反공유지의 비극
둘째 장면은 그 반대 케이스다. 삼성과 애플이 보유한 특허는 상호 보완적 성격을 갖고 있다. 각각 통신특허, 디자인 특허의 소유권을 갖고 서로를 때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융합기기인 스마트폰에서 이것들은 모두 필요한 특허들이다. 특허 싸움을 벌이는 다른 기업들의 양상도 비슷하다. IT 융합이 갈수록 드세지는 추세에서 특정 자원에 대한 사적 소유권이 너무 세분화되면 이런 충돌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반(反)공유지의 비극 ’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많은 소유권자와의 협상으로 인해 당장 거래비용부터 올라간다. 어떤 소유권자가 ‘알박기식’ 억지라도 부린다면 새로운 혁신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반공유지의 비극 은 거꾸로 세분화된 소유권을 통합하는 게 그 해법이다. 특허 풀(pool)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이 촉발되고 시장이 확대되면 특허권자, 특허사용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다. 삼성과 애플이 그 돌파구를 열지 두고 볼 일이다.
안현실 논설 · 전문위원 ·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