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속도' 빨라지며 요금도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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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의 전쟁]
30세 직장인 이모 씨는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1월 5년간 쓰던 피처폰을 버리고 새 휴대전화를 장만했다. 당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이 씨에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55요금제(5만5000원)를 추천했다. 이미 신문에서 스마트폰 요금 폭탄 기사를 접한 이 씨는 무제한이면 안심이라는 생각에 55요금제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 뒤 이 씨는 매달 평균 7만 원 이상의 통신료를 냈다. 데이터 통신과 음성 통화, 문자 등이 결합된 이 요금제의 사용 가능한 음성 통화 시간은 300분. 갓 연애를 시작한 이 씨에게 한 달 5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반면 데이터 사용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진짜 필요한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을 적게 하고 음성 통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요금제였는데 그런 요금제는 없었어요. 쓰지 않는 데이터 요금을 계속 내는 것 같아 아까웠어요. 일반 요금제로 바꾸고 싶었지만 2년 약정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썼어요.”
이 씨는 지난 2월 4세대(4G) 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폰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휴대전화 판매 직원은 “62요금제(6만2000원)를 가장 많이 선택한다. 이 요금제를 쓰면 보조금 혜택이 커 거의 무료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4G는 속도가 빨라 조금만 써도 데이터 요금이 금세 오른다. 넉넉하게 5GB를 쓸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100만 원에 육박하는 기계 값과 데이터 폭탄 우려에 이 씨는 62요금제에 가입했다. 그 뒤로 이 씨는 추가 음성 통화료를 더해 8만 원 이상의 요금을 납부했다. LTE 요금제, 일반 요금으로 전환 불가
스마트폰 출시 이후 가계 통신비 부담이 날로 더해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요금제가 다르다. 피처폰 요금제가 1만1000원부터 시작했다면 스마트폰 요금제는 3만4000원에서 시작한다. 최고 요금은 10만 원대다. 통화를 거의 하지 않아 기본료 1만1000원을 내던 사람도 스마트폰 요금제에서는 최저 3만4000원을 내야 한다. 한 달 평균 300분의 통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일반 폰에서는 4만 원가량을, 스마트폰에서는 6만 원대를 지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음성·데이터·문자 등을 엮은 요금제, 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요금을 다 납부해야 한다. 반면 더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요금을 내는 구조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이사는 “스마트폰이 패키지 요금제라서 문제가 많다는 말이 나온 후 선택 요금제가 나왔는데, 실상은 선택해도 더 비싼 구조로 설계해 선택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통계청의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가계 수지’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14만 대에 육박한다. 전체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대로 미국·영국·일본 등에 비해 2~3배가 높다. 어느 순간 통신비는 고정비로 통하고 있다.
올 들어 LTE 서비스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통신비 부담이 더해가는 양상이다. LTE 요금제는 3만4000원에서 12만 원대까지 구성돼 있다. 통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같은 요금제라면 LTE 요금제의 음성 통화 제공량이 3G, 2G에 비해 더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LTE 요금제에는 ‘데이터 무제한’이 없다. LTE 서비스의 강점이 ‘빠른 속도’이기 때문에 10만 원대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도 데이터 정량을 넘기면 그만큼 추가 이용료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3G는 약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지만 LTE 요금제는 약정 기간이 끝나도 저렴한 요금제로 전환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사 직원은 “LTE 서비스로 가면서 기본료가 올라가는 건 맞다. 워낙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 약간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허리를 휘게 하는 통신비에 대해 통신 관련 전문가들은 “비싼 요금제도 문제지만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아닌데도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신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도 현명한 소비 습관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30세 직장인 이모 씨는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1월 5년간 쓰던 피처폰을 버리고 새 휴대전화를 장만했다. 당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이 씨에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55요금제(5만5000원)를 추천했다. 이미 신문에서 스마트폰 요금 폭탄 기사를 접한 이 씨는 무제한이면 안심이라는 생각에 55요금제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 뒤 이 씨는 매달 평균 7만 원 이상의 통신료를 냈다. 데이터 통신과 음성 통화, 문자 등이 결합된 이 요금제의 사용 가능한 음성 통화 시간은 300분. 갓 연애를 시작한 이 씨에게 한 달 5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반면 데이터 사용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진짜 필요한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을 적게 하고 음성 통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요금제였는데 그런 요금제는 없었어요. 쓰지 않는 데이터 요금을 계속 내는 것 같아 아까웠어요. 일반 요금제로 바꾸고 싶었지만 2년 약정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썼어요.”
이 씨는 지난 2월 4세대(4G) 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폰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휴대전화 판매 직원은 “62요금제(6만2000원)를 가장 많이 선택한다. 이 요금제를 쓰면 보조금 혜택이 커 거의 무료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4G는 속도가 빨라 조금만 써도 데이터 요금이 금세 오른다. 넉넉하게 5GB를 쓸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100만 원에 육박하는 기계 값과 데이터 폭탄 우려에 이 씨는 62요금제에 가입했다. 그 뒤로 이 씨는 추가 음성 통화료를 더해 8만 원 이상의 요금을 납부했다. LTE 요금제, 일반 요금으로 전환 불가
스마트폰 출시 이후 가계 통신비 부담이 날로 더해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요금제가 다르다. 피처폰 요금제가 1만1000원부터 시작했다면 스마트폰 요금제는 3만4000원에서 시작한다. 최고 요금은 10만 원대다. 통화를 거의 하지 않아 기본료 1만1000원을 내던 사람도 스마트폰 요금제에서는 최저 3만4000원을 내야 한다. 한 달 평균 300분의 통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일반 폰에서는 4만 원가량을, 스마트폰에서는 6만 원대를 지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음성·데이터·문자 등을 엮은 요금제, 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요금을 다 납부해야 한다. 반면 더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요금을 내는 구조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이사는 “스마트폰이 패키지 요금제라서 문제가 많다는 말이 나온 후 선택 요금제가 나왔는데, 실상은 선택해도 더 비싼 구조로 설계해 선택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통계청의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가계 수지’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14만 대에 육박한다. 전체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대로 미국·영국·일본 등에 비해 2~3배가 높다. 어느 순간 통신비는 고정비로 통하고 있다.
올 들어 LTE 서비스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통신비 부담이 더해가는 양상이다. LTE 요금제는 3만4000원에서 12만 원대까지 구성돼 있다. 통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같은 요금제라면 LTE 요금제의 음성 통화 제공량이 3G, 2G에 비해 더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LTE 요금제에는 ‘데이터 무제한’이 없다. LTE 서비스의 강점이 ‘빠른 속도’이기 때문에 10만 원대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도 데이터 정량을 넘기면 그만큼 추가 이용료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3G는 약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지만 LTE 요금제는 약정 기간이 끝나도 저렴한 요금제로 전환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사 직원은 “LTE 서비스로 가면서 기본료가 올라가는 건 맞다. 워낙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 약간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허리를 휘게 하는 통신비에 대해 통신 관련 전문가들은 “비싼 요금제도 문제지만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아닌데도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신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도 현명한 소비 습관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