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잡음에 뒤뚱거리는 금감원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지난 4일부터 서울 여의도동 본사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켓에는 ‘20년 일한 난 비(非)전문가, 3년 일한 그분은 전문가’ ‘세 다리만 건너면 나도 측근 있다’ 등의 문구를 적어 놨다. 지난 2~3일 실시된 부원장 및 국·실장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가 지목한 사람은 모 유력 정치인의 선거캠프에 있다가 외부 경력직으로 금감원에 들어와 이번에 부원장보가 된 사람이다. 이번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국장급 간부는 사내게시판에 “이런 인사를 누가 했는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이 간부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권에 대한) 줄대기 인사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금감원이 이래저래 뒤숭숭하다. 저축은행 사태를 수습하기도 벅찬 가운데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린다. 스톡론 규제와 관련해서는 증권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증권사들과 함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놓고서는 증권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금감원의 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스톡론 대출비율을 대폭 줄이는 등의 안에 대해서는 정치인 테마주에 대응한 ‘관성적 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인 테마주 조사에서도 무리한 고발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은 세력들의 수법 가운데 하나인 ‘상한가 굳히기’를 위법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매도 물량의 2~20배에 달하는 상한가 주문을 내 투자자들로 하여금 강한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금감원의 조사 결과다. 그러나 증권가와 법조계에서는 “증권가에 널리 사용되는 투자기법인 ‘상한가 따라잡기’와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신뢰를 잃은 금감원 수뇌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금감원은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대형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금감원의 현명한 일 처리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인사 등을 둘러싸고 자꾸 잡음이 터져 나온다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