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세청 세금추징에 집단 불복

현대차·LG전자·포스코 등 20곳, 일제히 조세심판 청구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20여개 대기업이 최근 국세청의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과세기준 변경에 따른 세금 추징에 강력 반발, 조세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무더기 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9일 세무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은 최근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심판청구 대리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 중순께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양상은 국세청이 지난 2월 한국 대기업 본사의 해외 현지법인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모형을 개발·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에 2006년분 법인세 등을 추가로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가 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는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국내 본사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수수료율에 따라 소득 금액이 달라지고 과세기준도 달라진다.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어 국세청도 기업들이 신고한 수수료율을 인정해왔다는 게 기업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2월 마련한 ‘해외 현지법인 지급보증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 모형’에 따라 기업들의 자체 수수료율(0.2~0.5%)보다 훨씬 높은 2.51~2.7% 수준을 제시하고 그 차액에 대해 과세를 하면서 기업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특히 2007년 이후 발생한 수수료에 대한 세금 추징까지 남아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국세청의 이번 추가 과세 통보는 2006년 실적에만 해당된다. 불복 심판청구에 나서는 기업에는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포스코, CJ, 롯데, 한라그룹 계열사 등 재계순위 상위권의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포스코는 조세불복 심판청구 직후 바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회계법인이 아닌 국내 한 대형 로펌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세청의 이번 과세 기준은 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사용해 과세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국세기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신용등급을 측정할 때도 브랜드, 전략 등은 제외한 채 재무정보만 갖고 측정하는 등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외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적정한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에 만들면서 정상화한 것이고 지난해 11월 설명회도 가졌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