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 휘트먼 CEO "HP 성장 원동력은 하드웨어…PC·프린터 더 강하게 키울 것"

중국시장 공략나선 멕 휘트먼 HP CEO
“HP는 개인용 컴퓨터(PC)와 프린터 시장에 여전히 강력한 사업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이유는 하드웨어 기기를 더욱 쓸모있게 포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P 중국 빅뱅 2012’ 행사에서 “PC와 프린터 사업부를 더욱 강하게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PC와 프린터 브랜드를 통합하고 디자인에도 혁신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HP는 IBM처럼 ‘(기업 인트라넷이나 네트워크 등을 전사적으로 제공하는)솔루션 회사’가 되기 위해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하드웨어 기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고충과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휘트먼 CEO는 이날 중국 시장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 행사를 중국에서 연 이유는 중국 시장에 대한 HP의 열정과 의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며 “중국 정부, 다양한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지역에서 HP의 시장점유율은 5%대로 알려져 있다. HP는 최대 잠재시장인 중국 PC·프린터 시장에서 최근 레노버에 자리를 많이 내줘 ‘세계 PC 시장 1위’라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휘트먼 CEO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시장을 새로운 수익사업 중 하나로 봤다. 그는 “HP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세계적 리더가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바로 프린팅할 뿐 아니라 의미기반 검색솔루션을 갖고 있는 ‘오토노미’를 활용해 기업이 갖고 있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HP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휘트먼 CEO는 “그전에 많은 CEO들이 교체됐고, 파트너십도 불안해 기업이 고전하고 있을 때 오게 됐다”며 “기업 조직 문화와 사업에서 안정성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을 쉽게 하기 위해 PC와 프린터 통합부서를 만들었고, 마케팅과 영업부서도 중앙부서로 옮겼다”며 “현재는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에 중국에서 컴팩 브랜드를 버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엔비스펙터(ENVY Spectre)를 내놓는 새로운 PC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휘트먼 CEO는 지난해 9월 HP에 영입됐다. 그는 직원이 30여명에 불과했던 이베이를 10년 넘게 이끌며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로 성장시켰다. 이베이 회장 시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2004년 포천 선정)으로 꼽히기도 했다.

HP는 세계 1위의 컴퓨터회사지만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시장 수요가 옮겨가면서 HP는 지난 1분기에도 매출(300억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7% 줄고 순이익(14억6800만달러)도 44% 감소했다.

상하이=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