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당신의 연기에 감동 받아 눈물방울 다이아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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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주얼리카롤리나 오테로는 스페인 출신 유명 무용가이자 고급 창부였다. 그녀는 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전 사치와 쾌락의 중심이었던 파리 사교계를 좌우했다. 웨일즈의 에드워드 왕자, 스페인 왕 알폰소 13세, 러시아의 니콜라이 황제가 그녀의 품에서 놀았다. 그녀는 애인들에게서 받은 명품 보석으로도 유명했다. 그녀와 애인들은 카르티에의 단골이었다. 카르티에는 가슴 전체를 감싸는 순금 틀에 ‘큰 눈물방울’ 다이아몬드 30개를 비롯한 1000만프랑어치 보석을 박아 만든 가슴장식에 오테로란 이름을 붙였다.
캐롤라인 콕스 지음 / 마은지 옮김 /투플러스
320쪽 / 2만8000원
《빈티지 주얼리》는 지난 120년간 세상을 매혹시킨 주얼리(보석 장신구) 디자인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아르 누보 양식이 나타난 1890년께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주름잡았던 주얼리와 디자인, 유명 주얼리 업체와 디자이너,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10개 시기로 나눠 역사 문화적 배경과 함께 들려준다. 카롤리나 오테로처럼 각 주얼리에 얽힌 유명인들의 얘기가 솔깃하다. 아르 누보 운동에 큰 역할을 한 조르주 푸케와 체코 태생 그래픽 아티스트 알폰스 무하가 1889년부터 협력해 만든 뱀 모양의 팔찌는 당시 파리의 최고 미인 사라 베르나르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빅토르 위고는 자신의 희극 ‘에르나니’를 공연하는 그녀의 연기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을 당신에게 바칩니다”고 쓴 편지에 눈물방울 모양의 다이아몬드를 동봉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화보 형식의 화려한 주얼리 사진들이 책을 보는 맛을 더해준다. 각 시대의 문화와 스타일을 대표하며 미래의 주얼리 디자인을 예견한 작품 사진들이다. 각 주얼리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주얼리 재료와 연마기법, 쇼핑 안내 및 가짜 구별법, 용어설명 등 유용한 도움말도 실려 있다.
저자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운 주얼리로 자신을 가꾸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다”며 “주얼리는 부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은 물론 강렬한 시대정신의 표현으로서 존재해왔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