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세상] IT산업의 십년대계 '기가코리아'

IT 세상 SF영화 속 일들이 현실로
2020년 4D·홀로그램 즐겨

김흥남 <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
우리나라는 1980년대 1가구 1전화시대를 연 ‘전전자식교환기(TDX)’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혁명을 이룩한 ‘초고집적 반도체(DRAM)’ 개발을 시작으로, 1995년 휴대폰 강국의 초석이 된 ‘디지털이동통신 시스템(CDM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어 2005년에는 내 손안의 TV를 실현시킨 ‘지상파 DMB’와 휴대 인터넷인 ‘와이브로(WiBro)’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함으로써 ‘IT강국 코리아’로서의 국가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달성에 기여한 핵심 산업 또한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산업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반면 최근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IT 산업은 이미 정점을 지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나라 IT산업이 일본의 ‘갈라파고스 증후군’ 같은 상태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되는 것이다. 글로벌 IT 시장에서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의 강점을 내세운 애플과 구글이 과거 IT 산업을 주도해온 노키아, 소니 등을 먼발치로 따돌리고 전 세계 스마트혁명을 이끌고 있다.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 확정 등 생존을 위한 글로벌 IT 경쟁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 나라의 역사에는 흥망성쇠가 있듯이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여전히 유효한지, 앞으로도 이런 명성을 유지할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국가 차원의 차세대 IT혁신사업은 주목할 만하다. ‘기가코리아(Giga KOREA)’가 그 주인공으로 2020년까지 스마트 코리아를 실현하고 IT 선도국가로서의 국가적 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포석이 담겼다.

기가코리아는 IT의 십년대계(十年大計)로서 개별 정부부처 각각의 생각을 담아내는 데서 과감히 벗어나 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내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해 IT강국의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기가코리아의 최종 목표는 2020년 모든 사용자들이 기가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고품질의 디지털 정보를 자유롭게 유통·서비스할 수 있는 시대를 여는 것이다. 현재 무선 인터넷 속도를 40배 이상인 기가급으로 끌어올려 실감형 3D, 4D, 홀로그램 콘텐츠를 끊김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 자체를 혁신적인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기가코리아는 비단 네트워크 인프라의 개선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최근 애플과 구글의 급성장에서 볼 수 있듯이 SW플랫폼과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 등을 포함하는 IT 생태계 전반의 동반성장을 위한 처방이 담겨 있다. 기가코리아는 IT의 4대 요소인 콘텐츠, 플랫폼, 단말, 네트워크를 개별적인 요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에서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적인 요소로 보고 이들의 동반 성장을 위한 각각의 로드맵을 담았다.

기가코리아는 현재 밑그림을 완성해 내년 힘찬 항해를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더 빠른 대한민국을 실현시키고, 영화 속 일들이 현실화되는 이번 프로젝트가 10년 후 대한민국의 IT 위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사뭇 궁금하다. 이런 기가코리아가 계획대로 추동력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 국민들을 비롯한 산업체, 학계, 연구기관 및 정부가 지닌 각각의 역량을 지혜롭게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흥남 <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