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청담동 김 씨, 저축은행서 7억 빼 은행으로 대피
입력
수정
요즘 ‘강남 부자’들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두 가지 원칙을 되뇌이고 있다.
버핏의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첫째 원칙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강남 부자들은 버핏의 원칙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안전 투자에 매진하는 분위기다.지난 6일 오전 6시 전격적으로 이뤄진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저축은행업계가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솔로몬, 한국, 미래 등 대형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영업정지 대상에 오른 사건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저축은행 퇴출 이후에도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에서 돈을 빼는 강남 부자도 있었다. 가족 명의를 포함해 7억원을 저축은행에 맡겨둔 강남의 한 자산가는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2억~3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인출해 시중 은행에 맡겼다.
김인용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인 수시입출식 은행 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지난해 1, 2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고객들의 마음이 이미 저축은행에서 떠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앞으로 상당기간 강남 부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가 단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30억원대 자산가인 청담동의 김모씨도 ‘아직은 투자에 나설 때가 아니다’는 생각에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특정금전신탁(MMT)에 돈을 맡겨 놓고 있다. 최근까지도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TF) 역시 수요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 정도 위험도 감당하기 싫다는 투자심리가 반영돼 있다.
신한은행 분당센터의 조윤식 PB는 “ELS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특히 기초자산에 개별 종목을 편입한 ELS는 쳐다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강남 부자들의 요즘 상황을 전했다. 조 PB는 “10%를 넘었던 기대 수익률도 7% 안팎으로 떨어졌다”며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에 집중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WM센터 PB도 “은행 특판예금에 많은 돈이 몰리는 등 강남 부자들이 요새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며 “심지어 시중은행에도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원 이하로 예금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유럽 사태가 진정되고 증시 조정이 어느 정도 끝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까지 이렇다 할 투자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PB들은 강남 부자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탓에 투자 상품을 유치해야 하는 실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세금 절약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투자는 트렌드로 굳혀가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도록 매월 수익을 챙기는 즉시연금과 보수적 성향의 월지급식 ELS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축성 보험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물가연동채는 관심도가 떨어졌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내놓은 ‘5·10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은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9년간 적용해온 주택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이 해제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를 완화했지만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중개업계는 살 사람은 없고 이번 기회에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예전에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다는 소문이 나면 한 달 전부터 상담을 받으러 오는 고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예 반응이 없다”며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은커녕 거래를 늘리기에도 부족한 대책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버핏의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첫째 원칙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강남 부자들은 버핏의 원칙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안전 투자에 매진하는 분위기다.지난 6일 오전 6시 전격적으로 이뤄진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저축은행업계가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솔로몬, 한국, 미래 등 대형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영업정지 대상에 오른 사건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저축은행 퇴출 이후에도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에서 돈을 빼는 강남 부자도 있었다. 가족 명의를 포함해 7억원을 저축은행에 맡겨둔 강남의 한 자산가는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2억~3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인출해 시중 은행에 맡겼다.
김인용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인 수시입출식 은행 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지난해 1, 2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고객들의 마음이 이미 저축은행에서 떠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앞으로 상당기간 강남 부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가 단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30억원대 자산가인 청담동의 김모씨도 ‘아직은 투자에 나설 때가 아니다’는 생각에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특정금전신탁(MMT)에 돈을 맡겨 놓고 있다. 최근까지도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TF) 역시 수요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 정도 위험도 감당하기 싫다는 투자심리가 반영돼 있다.
신한은행 분당센터의 조윤식 PB는 “ELS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특히 기초자산에 개별 종목을 편입한 ELS는 쳐다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강남 부자들의 요즘 상황을 전했다. 조 PB는 “10%를 넘었던 기대 수익률도 7% 안팎으로 떨어졌다”며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에 집중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WM센터 PB도 “은행 특판예금에 많은 돈이 몰리는 등 강남 부자들이 요새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며 “심지어 시중은행에도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원 이하로 예금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유럽 사태가 진정되고 증시 조정이 어느 정도 끝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까지 이렇다 할 투자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PB들은 강남 부자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탓에 투자 상품을 유치해야 하는 실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세금 절약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투자는 트렌드로 굳혀가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도록 매월 수익을 챙기는 즉시연금과 보수적 성향의 월지급식 ELS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축성 보험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물가연동채는 관심도가 떨어졌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내놓은 ‘5·10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은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9년간 적용해온 주택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이 해제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를 완화했지만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중개업계는 살 사람은 없고 이번 기회에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예전에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다는 소문이 나면 한 달 전부터 상담을 받으러 오는 고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예 반응이 없다”며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은커녕 거래를 늘리기에도 부족한 대책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