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미얀마 전격 방문] '아웅산 상처' 의식 007 작전 방불…15일 '민주화 상징' 수치 여사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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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금기의 땅' 찾아
로켓 발사 등 北위협…한달간 철통 보안
폭탄 테러 저질렀던 北대사관 현미경 감시
< '아웅산 상처' : 1983년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 >
이명박 대통령의 미얀마 행(行)은 14일 오후 1시에 공식 발표됐다. 이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미얀마로 가기 위해 공군1호기(대통령 전용기)에 올라 베이징공항을 이륙한 지 30분 뒤였다.
이때까지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극비 사항이었다.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는 수일 전 미얀마 방문 계획을 귀띔하고, 발표 시점까지 철저한 엠바고(비보도)를 당부했다.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확정한 것은 지난달 초다. 그럼에도 한 달 이상 철통 보안을 유지한 것은 ‘아웅산 폭탄테러’의 악몽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이 대통령에 대해 신변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청와대는 보안과 경호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미얀마에 있는 북한 대사관의 동향도 실시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미얀마가 하루, 이틀 전이라도 이 대통령의 순방을 공표하겠다고 했지만 경호 문제 때문에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함과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웅산 폭탄테러는 1983년 10월9일에 일어났다. 미얀마(당시 버마)를 방문했던 전두환 대통령 일행을 겨냥해 북한 공작원들이 아웅산 묘역에서 폭탄테러를 감행한 사건이다. 이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장관, 함병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수행원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기백 합참의장 등 15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우리 대표단은 독립운동가 아웅산의 묘소 참배가 예정돼 있었고, 폭탄이 터진 오전 10시30분께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 대통령은 숙소에서 예정보다 3분 늦게 출발해 화를 면했다. 이에 따라 18일간 6개국을 순방하려던 전 대통령의 계획은 첫 방문지인 미얀마에서 중단됐다.
미얀마 정부는 테러범이 북한 공작원 진모 소좌(소령), 강민철, 신기철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한 공작원들은 한국 대표단이 도착하기 하루 전 새벽 묘소에 잠입해 지붕에 2개의 폭탄을 설치, 원격조종 장치로 폭파를 감행했다.
미얀마 정부는 즉각 북한과 단교하고, 국가승인도 취소했다. 또 북한의 중남미 지역 외교거점이었던 코스타리카도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다. 이 밖에 70개국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국제회의에서 비판 발언을 했다. 동맹국인 중국과 소련까지 테러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북한은 대외 관계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렇지만 북한은 테러 사주 사실을 잡아뗐고 대남비난 성명까지 발표했다. 미얀마 정부에 체포됐던 테러범 강민철은 미얀마 교도소에서 25년간 복역하다 2008년 5월 사망했다.
네피도=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