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고의 선생님 '어머니'

창의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
고정관념 깨는 '스승' 기다려져

김희옥 < 동국대 총장 khobud@dongguk.edu >
“아가야, 이제부터 네가 뒷이야기를 만들어 보렴.” 어머니가 어린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절정에 도달한 순간 전달자인 어머니가 더 이상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자 당황했다. 성의 옥탑감옥에 갇힌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쓴 왕자가 마지막 관문인 용과 마주쳤을 때, 그만 이야기가 끊어진 것이다. 아들은 다음에 일어날 사건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책에는 없는, 새로운 사건들을 상상하고 만드는 일이 어려웠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어머니와 소년은 이런 놀이를 자주 했다. 소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재능 있는 이야기 생산자가 되어 갔다. 이 소년이 후일 세계의 대문호가 된 괴테다.

시사하는 바가 많은 일화다. 최근 세계 교육의 화두는 창의성이다. 고도로 발달한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지식 전수와 같은 교육기능의 상당 부분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네트워크가 담당한다. 교육 방식, 교사의 역할도 변해가는 중이다. 지식정보는 이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집단지성으로부터 공급받으면 된다. 수많은 최신 고급정보들이 국경을 넘어 교류되는 시대가 점점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식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의 기능은 이제 교실이나 강의실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역량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어렵다. 지식정보화사회의 틀을 뛰어넘는 기발하고 특별한 아이디어와 상상이 결국 세계 변혁을 이끌게 된다. 선진 각국이 창의인재 양성에 경쟁적으로 몰두하는 이유다. 스티브 잡스의 발상 하나가 세계를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를 우리는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괴테는 어려서부터 창의교육을 받았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곧 선생님이었다. 잠들기 전에 어머니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어린 아들이 직접 참여해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괴테는 ‘자기주도적 학습’ 기회를 일찍부터 경험한 사례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교육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피교육자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게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괴테의 어머니는 최고의 선생님이다. 학습자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창의학습 안내자로 불러도 좋다. 창의성 교육은 어린 시절 가정에서부터 몸에 배게 하는 데에서 그 싹이 튼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어찌 학교만의 책임이겠는가.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학교폭력, 왕따현상, 교육불균형 등 우리 교육계가 직면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여전히 신성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인간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진보시키는 힘은 역시 교육, 그중에서도 창의교육이라고 믿는다. 내일의 괴테를 꿈꾸는 우리 학생들은 오늘도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육방식과 새로운 선생님을 기다린다.

김희옥 < 동국대 총장 khobud@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