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넉달 만에 1900 붕괴…원·달러환율 1150원 돌파

그리스 연정구성 실패…글로벌 금융시장 '안갯속'
6월달 2차 총선…구제금융 무산 우려
유로존서 퇴출 땐 '3차 금융위기' 가능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그리스는 15일(현지시간)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가능성과 유럽국가들의 공조체제 붕괴로 유로존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4개월 만에 1900선이 무너졌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50원 선을 훌쩍 뛰어 넘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가 처음에는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등 정치적 영향을 받고 있어 단시일 내 해법모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짙게 드리운 불안감도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4개월 만에 1900선 붕괴

15일 코스피지수는 14.77포인트(0.77%) 하락한 1898.96에 마감했다. 19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1월18일(1892.39) 이후 처음이다. 개인투자자 중심인 코스닥시장은 투매성 매물까지 더해져 1.64% 급락했다.

전날 유럽과 미국 증시의 동반 하락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미 다우지수는 전날 그리스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1% 가까이 하락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그리스 연립 정부 수립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입찰 금리 급등이란 악재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가 26개 이탈리아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한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외국인은 18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10일 연속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일본 닛케이지수(-0.81%)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5%) 등도 오전 낙폭을 다소 만회하긴 했지만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달러 수요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원·달러 환율은 4원90전 오른 1154원10전에 마감했다. 지난 1월16일(1154원70전)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장초반 1150원이 맥없이 무너지자 수입업체들의 달러수요가 가세하며 1156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변동폭이 펀더멘털에 비해 커져 시장을 예의주시 중”이라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구두 개입으로 비쳐지며 상승폭을 줄였다.

○‘한여름의 공포’ 우려도

그리스 정당 대표들은 15일(현지시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다시 모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정당 대표들과 사흘째 회의를 개최한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연정 구성 협상은 실패했으며 새 총선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내달 중 제 2차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이 경우 긴축정책을 거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제1당으로 부상해 구제금융이 무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연정 구성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되면 그동안 유로존이 공동으로 마련한 해결의 틀이 깨진다는 점에서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그리스 재정위기 본격화로 엄습했던 ‘한여름의 공포’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부장은 “그리스가 연정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세계 증시는 올여름 내내 그리스 문제로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도 “얽혀 있는 여러 나라들이 정치·외교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의 해결보다 몇 십배나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