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피해…학교폭력 심각성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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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먼슬리 영화제' 청소년 대상,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등학교팀
“장난으로 시작된 학교 폭력이 피해자에겐 우울증과 자살 등 걷잡을 수 없이 무서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와르르 무너지는 도미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난 3~4월 ‘학교폭력’이란 주제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 주최 ‘29초 먼슬리(monthly) 영화제’에서 ‘도미노’란 작품으로 청소년부문 대상을 받은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팀. 팀 멤버인 김지은·조예림·심성민·임다은 양은 “중학교 때부터 봐왔던 피해자들의 고통을 작품으로 대변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교내 영상동아리 UCC(universal curious creatives) 소속이다.이 작품은 도미노가 학생을 상징하는 인형을 쓰러뜨리고, 장애물을 건너면서 결국엔 인형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자막에서는 ‘쓰러진 도미노는 다시 세울 수 있지만 피해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김양 등은 “진심을 담아 학교 폭력의 문제점을 전달하려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촬영 과정은 인내심과의 싸움이었다. 도미노 한 개만 잘못 배치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도미노를 쓰러뜨리고 다시 세우기를 수백번. 3주일 만에 만족스런 작품을 얻어낼 수 있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아니라 한순간에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어요.”
작품을 본 네티즌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원래대로 돌아오긴 어려운 것 같아요. 항상 내가 피해자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김영주 씨)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중간중간 레고나 부러진 안경으로 표현된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도미노 세팅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ㅠㅠ.”(유주희 씨)팀 리더인 김양은 “예능 PD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영상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친구 중에는 전공이 어렵다며 포기하는 사례도 많은데 저는 너무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번 29초 먼슬리 영화제에는 모두 233개 작품이 출품됐다. 청소년부문 최우수상에는 선린인터넷고 전성하 감독의 ‘피라냐’가, 우수상은 선정고 정명호 감독의 ‘블랙코드’가 각각 차지했다. 경쟁이 치열했던 일반부문 대상은 방승배·김은우·최원섭 감독의 ‘펜슬(PENCILS)’에 돌아갔다. 최우수상은 김해은 감독의 ‘빵셔틀’, 우수상은 남태윤·나호석·이용훈·한문현 감독의 ‘엘리베이터’가 받았다. 수상자들에게는 한국경제신문 사장상과 트로피, 제2회 29초 영화제 본선 진출권이 주어졌다. 제2회 29초 영화제는 오는 29일부터 예선전에 돌입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