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 15년전과 판박이…체험학습에 해법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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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헌 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학교폭력 근절대책은 지금이나 15년 전이나 똑같습니다. 1997년엔 부처별로 정책을 짜깁기했다면 최근의 대책은 좀더 정밀해졌을 뿐입니다.”
안재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64·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학교폭력 근절대책에 대해 이렇게 쓴소리를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활동진흥원은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지도자 양성, 국내외 청소년 교류 등 청소년 활동을 총괄·지원한다. 안 이사장은 학교폭력의 해법에 대뜸 1997년의 일화를 꺼냈다. 당시 그는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총괄했다. 안 이사장은 “그때가 학교폭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며 “그러나 부처별로 내놓은 (단순) 대책을 짜깁기한 수준에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놨다”고 털어놨다.
당시 대책엔 스쿨폴리스 신설, 교장의 지도·감독 교육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월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며 내세운 핵심 정책들이다. 안 이사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학교폭력 대책은 똑같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학교폭력의 해법은 무엇인가. 그는 ‘청소년 체험학습 강화’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과거엔 청소년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또래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엔 학원, 과외 등으로 인해 주위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선 학교에서 수련원 단체합숙이나 역사유적지 방문 등 청소년 체험학습을 강화하는 게 학교 폭력 및 집단 따돌림을 줄일 수 있는 현실성있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체험학습이 강화돼야 하지만 관련 예산도 부족한데다 학교 여건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서울시교육청 등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조례까지 동원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공무원들이 반드시 ‘청소년 헌장’을 꼼꼼히 읽어봐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1990년 선포된 청소년헌장은 청소년의 이상과 포부를 제시한 전문과 함께 청소년의 권리·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권리와 책임이 균형있게 자리잡도록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학교폭력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충북 행정부지사와 여성부 차관을 지냈다.
강경민 기자 kkm1026@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