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이태원·청담·가회동을 보라"

[고수에게 듣는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연구위원

교통 좋은 곳은 넘쳐나 문화·예술 만나는 곳 각광
강남역 상권 북쪽으로 확장 논현동 교보타워 인근 강남대로변 빌딩 투자 유망
임차업종 바꿔 건물가치 올려 공원부지 건물 사들여…두배이상 수익 내기도
“언덕 위의 집은 아름다울 뿐이지만 시내에 있는 추한 건물은 주인을 부자로 만들어 주지요. 앞으로는 입지적 장점에 ‘스토리(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부동산이 뜰 겁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연구위원(47)은 “교통이나 편의시설이 좋은 도심권 부동산은 넘쳐난다”며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가회동과 이태원동, 청담동 일대가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위원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를 컨설팅하는 전문가다. 8년째 부자들에게 강남과 강북의 빌딩을 사주는 일을 하고 있다. 주요 지역 빌딩의 주인, 거래 내역, 임차인 등을 꿰고 있어 PB 고객뿐만 아니라 호텔 부지를 찾는 대형 건설사들도 그에게 빌딩 매입을 의뢰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곳에 투자하라

이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내는 수익형 빌딩은 최근 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추세에 맞춰 금액대별로 유망 투자처를 소개했다.

△30억~50억원은 가회동, 효자동 일대 근린상가 △50억~100억원은 청담동 논현동 이태원동 인근 빌딩 △100억원 이상은 도산대로변 빌딩 △200억원 이상은 강남대로변 빌딩 △300억원 이상은 테헤란로 빌딩을 꼽았다. 그는 “갤러리와 소모임 공간 수요가 늘면서 가회동과 효자동 일대의 땅값은 3.3㎡당 40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신사동에서 압구정동을 거쳐 최근엔 청담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강남권의 흐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역을 보면 논현동 교보타워 인근 강남대로변 빌딩의 투자가치가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 지하철 2·7·9호선과 신분당선 등 역세권과 가까운 데다 강남역에서 출발하는 상권이 북쪽 한남대교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그는 “강남역 상권이 발달하면 논현동 영동시장 쪽으로 확장해갈 것”이라며 “눈치빠른 자산가들은 인근의 낡은 저층 빌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역세권 개발과 한남뉴타운 등 개발 호재가 많은 이태원동 일대도 추천했다. 최근 이태원동에서 주목받고 있는 꼼데가르송길의 경우 땅값이 3.3㎡당 1억원까지 올랐다. 그는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하고 용산민족공원이 들어서면 기존의 이색적인 문화가 있던 이태원이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한남뉴타운 3·5구역 개발이 더해져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공원부지 건물 사들여 22억원 벌어

이 위원은 “3.3㎡당 가격이 1억~2억원에 이르는 수백억원짜리 건물만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2008년 세종문화회관 뒤편 당주동의 지상 3층짜리 허름한 건물을 15억9000만원(3.3㎡당 4000만원)에 매입해 1년6개월 만에 두 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은 퇴직 공무원 K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노후자금 10억원으로 투자처를 찾고 있던 고객인데 처음에 건물을 보고난 뒤 ‘내가 돈이 없다고 무시하느냐’며 화를 내더군요. 건물이 낡았다는 얘기였죠. 하지만 당주동 일대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 중이었고, 건물은 개발 과정에서 수용해야 하는 공원부지에 있었습니다. 개발 시행사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빌딩은 2009년 12월께 38억5000만원(3.3㎡당 9800만원)에 시행사로 주인이 바뀌었다. A씨는 건물을 매입한 뒤 매월 830만원씩의 임대수익을 18개월간 받은 뒤 매각 차익으로 22억6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 위원은 “빌딩으로 큰 이익을 본 K씨는 이후 강북의 역세권 1층 상가(165㎡)를 매입해 월 1500만원 이상의 임대수익을 내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임차 업종을 바꿔 건물 가치를 올린 부산 남포동 빌딩도 성공한 케이스다. 서울에 사는 사업가 B씨는 고향이 부산인 부모로부터 지상 4층(연면적 1187㎡) 건물을 상속받았지만 공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1층을 제외한 2~4층의 임차인을 찾지 못했던 것. 이 위원은 B씨와 함께 직접 남포동 빌딩을 찾았다. 유동인구가 없다는 말처럼 대낮에는 지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이 위원은 “울적한 마음에 고객과 소주 한 잔을 하고 저녁에 다시 빌딩을 찾았는데 노점상과 20~30대가 거리에 가득했다”며 “유명 커피전문점을 1~2층에 유치해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 활용할 수 있게 하자 3, 4층도 임차인을 쉽게 찾았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