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슨의 '벨로스터 터보' 시승이 기다려지는 이유

최진석 기자의 car&talk

'벨로스터'엔 혹평 쏟아내…이번엔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
영국 BBC의 간판 프로그램 탑기어는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이 즐겨보는 자동차 버라이어티쇼다. 세 명의 MC 제레미 클락슨과 제임스 메이, 리처드 해먼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 전문가이자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하다. 특히 클락슨에게 잘못 걸리면 페라리도, 마세라티도, 람보르기니도 영락없이 ‘누더기’가 되곤 한다.

클락슨이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에 대한 평가를 칼럼으로 쓴 적이 있다. 평가는 예상대로 가혹했다. ‘클락슨, 현대 벨로스터를 말하다(Clarkson on the Hyundai Veloster)’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 글에서 그는 “벨로스터를 사는 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며 “내가 몰아본 자동차 가운데 가장 지루한 차 중 하나”라고 혹평했다. 또 “이 차에는 스포티한 소리가 필요하다”며 “아니라면 코너라도 잘 돌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클락슨이 벨로스터 터보를 시승한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까.’


최근 탑기어 코리아가 영국 BBC 탑기어의 바통을 이어받아(?) 벨로스터 터보를 시승했다. 세 명의 MC 중 한 명인 김진표가 내린 결론은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차’라는 것. 그는 “심심한 도시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반항아”라며 “격렬하게 몰아붙이지만 않으면 충분히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할 수 있는 차”라고 평가했다.

벨로스터 터보는 기존 벨로스터에서 프런트 그릴 디자인을 공격적으로 바꾸고 18인치 휠과 디퓨저(공기저항을 줄이는 장치)를 장착하는 등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엔진. 1600㏄ 엔진에 조그마한 터빈을 하나 올렸는데 최고출력은 140마력에서 204마력으로 껑충 뛰었다. 김진표가 “스펙만 놓고 보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차”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날 비슷한 배기량의 미니 쿠퍼S와 벌인 드래그 레이스(drag race·400m 직선 코스에서 두 대의 차가 동시에 달려 순발력과 속도를 겨루는 모터스포츠)에서 벨로스터 터보는 간발의 차로 패했다. 세계적인 랠리카와의 대결에서 의미 있는 결과였다.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이 차를 소개하며 폭스바겐의 골프 GTI와 비교하기도 했다. 배기량은 400㏄ 작지만 최고출력은 비슷한 차라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맞다. 하지만 골프 GTI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김진표가 지적한 대로 ‘몰아붙이면 나타나는 언더스티어(코너링 때 차량이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현상)’와 같은 2%의 부족함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 국내 시장에서 골프 GTI와 벨로스터 터보의 가격 차이는 2000만원 가까이 난다. 라이벌은 아닌 셈이다. 골프 GTI는 GTI, 벨로스터 터보는 벨로스터 터보로 구분해서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비대칭 도어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출시됐던 벨로스터. 한정생산이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판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한정수량을 다 팔지 못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벨로스터 터보를 내놓았고 이를 경험해본 기자와 주변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소비자들도 입소문을 듣고 이 차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야 스타일에 어울리는 성능을 갖춘 벨로스터 터보. 클락슨이 실제 이 차를 타보고 내릴 평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