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공사 설계 부적절…원형훼손 우려"

감사원 '문화재보수' 등 감사
2008년 불에 탄 숭례문 복구공사가 전통 기법에 기반을 둔 설계에 따라 진행되지 않아 원형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이 22일 지적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문화재 보수 및 정비사업 집행 실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숭례문 기와지붕에 두께 15㎝로 ‘지붕 강회(剛灰)다짐층’을 넣어 시공하도록 했다. 이와관련 2009년 7월 열린 숭례문복구자문단 회의에서 지붕 강회다짐층은 통풍 및 공기 순환이 어려워 목재의 부식이 심화되는 등 원형 훼손의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문화재청은 설계를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화재가 발생하면 두껍고 단단한 강회다짐층이 오히려 불길을 잡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강회다짐층 대신 보토(補土)를 30㎝ 이상 두께로 설계하거나 보토에 강회를 혼합하도록 한 전통 방식에 따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숭례문 복구 및 성곽복원공사에서 강회다짐층 시공은 전통기법 등의 고증절차를 거쳐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자문단 회의에서 보토에 강회를 혼합해 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다음달 중순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03년 경복궁 근정전, 2011년 광화문 보수공사에서는 공장에서 만든 기와를 사용함으로써 원형 훼손과 전통기와 생산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문화재청은 전통기와가 자연스럽고 고풍스럽지만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문화재 보수 공사에 공장제 기와를 사용하고 있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국가지정문화재 수리·복원 시 전통기와가 사용될 수 있도록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에 공장제 기와와 전통기와의 품질기준 등을 따로 정해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한편 서울 중구청과 문화재청이 숭례문 관리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구청은 최근 문화재청에 숭례문 관리를 맡아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입장 요금을 징수하지 않는 문화재는 해당 지자체가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중구청의 요구를 거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