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째…외국인 3년來 최장기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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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지분율 낮아졌지만 연초 대형주 강세에 시총 비중은 늘어
급히 떠나며 화학·전자株 차익실현…SKT·다음·이마트 등 내수株는 담아
외국인이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들의 유가증권시장 지분율은 200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2000선 붕괴 이후 외국인의 포트폴리오를 지키고 있는 것은 서비스업과 유통, 음식료업종 등 내수주들이다. 외국인이 ‘시장 전체’를 묶어서 파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프로그램 매도가 잦아드는 시점이 수급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 2009년 2월 이후 최장 기간 매도코스피지수는 23일 20.07포인트(1.10%) 하락한 1808.62에 장을 마쳤다. 사흘 만에 다시 내림세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개인은 1680억원, 기관은 178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382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맞섰다.
외국인은 지난 2일 이후 16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매도 물량만 3조6041억원에 달한다. 2009년 2월10일~3월4일(17거래일 연속) 이후 최장 기간 순매도 행진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로 국채 손실이 발생하면 자본 확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신흥국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처분하려는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저렴해도 이들의 위험 회피심리가 강한 만큼 매수 전환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지분율(발행 주식 대비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은 21일 현재 15.38%로 2009년 6월12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급락장에서도 16%대를 유지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달 10일 코스피지수 1950선이 무너진 이후 15.5% 선을 밑돌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초 33%대에서 최근 34%대로 오히려 높아졌다. 외국인이 대형주에 주로 투자해 시가총액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내수주 지분은 늘려
업종별로는 지분율 변화가 엇갈렸다. 지수 하락세가 본격화한 4월 이후 외국인은 서비스업 지분율을 13.97%(4월2일)에서 15.64%(5월22일)로 1.67%포인트 늘렸다. 음식료와 금융업, 유통업종의 지분율 역시 미미하게나마 늘었다. 대외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내수업종들이다. 반면 외국인은 화학업종의 지분율을 같은 기간 14.82%에서 12.50%로 2.32%포인트 낮췄다. 전기전자업종 지분율 역시 1.82%포인트 낮아졌다. ‘전·차(전자·자동차)’ 랠리의 또 다른 날개였던 운수장비업종도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졌지만 0.06% 하락에 그쳤다.
4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금액 상위에는 SK텔레콤 KT&G 다음 엔씨소프트 이마트 등 주요 내수주가 포함됐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5000억원 넘게 팔아치웠고 LG화학 LG전자 SK하이닉스 등도 꾸준히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내수주의 펀더멘털이 수출주 대비 양호하기 때문은 아니란 분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급히 시장을 떠나면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유동성이 좋은 주식을 팔고 나갔다”며 “유럽에 불이 났는데 수돗물이 아닌 고급 생수로 급하게 끄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매물 걷어내면 매수 희망도
최근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프로그램 매도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은 프로그램으로 전날 5575억원을 팔아치운 데 이어 이날도 4591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선물시장 투자심리와 상관없는 비차익거래로는 이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계속 순매도였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차익거래 역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차익매도 여력이 2조원에 달하는 점도 경계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개별 종목보다 프로그램으로 ‘시장 전체’를 파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코스피200 종목이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된 대형주를 중심으로 타격이 큰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로그램을 제외한 개별 종목은 외국인이 이날 700억원 정도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지난주보다는 긍정적인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미/임근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