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아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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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의 오스트리아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만든 ‘아모르’(사랑)가 제 6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하네케 감독은 80대 노부부의 애절한 사랑을 통해 안락사 문제를 들춰내 2009년 ‘하얀리본’ 이후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영화에는 ‘남과 여’의 원로배우 장-루이 트레티냥(82)과 ‘히로시마 내 사랑’의 에마뉘엘 리바(85)가 노부부 역으로, 이자벨 위페르(59)가 딸 역으로 나섰다.
심사위원대상은 약삭빠른 생선장수가 특별한 일을 계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탈리아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리얼리티’, 감독상은 멕시코 도시와 시골 사람 사이의 갈등을 다룬 ‘포스트 테네브라스 룩스’를 만든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상은 암울한 경제상황 속에서 가정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일탈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천사의 나눔’이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무너진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혼남의 이야기를 담은 덴마크영화 ‘사냥’의 매드스 미켈슨, 여우주연상은 두 친구의 우정과 종교 문제를 다룬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비욘드 더 힐스’에서 열연한 크리스티나 플루투르와 코스미나 스트라탄에게 주어졌다. 4년전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문주 감독은 이 작품으로 각본상도 거머쥐었다.
기대를 모았던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수상에 실패했다. 마지막 날 공식 시사회를 가진 ‘돈의 맛’은 엇갈린 평가속에 평론가들로부터 최하점인 1.4점을 받았다. 영국 스크린지는 “광택이 나는 종이에 인쇄한 심오한 만화책 같다. 전작에서 보여준 화려한 스타일은 여전하고 괄목할만한 세트와 훌륭한 촬영, 빠른 액션과 배우들이 있다”고 썼다. 반면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섹스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재료를 가지고도 ‘돈의 맛’은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다. 진부하고 혼란스러운 ‘저속한 작품’(potboiler)”이라고 혹평했다.
한국인 수상자로는 비경쟁 부문인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은 신수원(45) 감독의 ‘순환선’이 카날플뤼스 상과 함께 6000유로(약 900만원)를 받은 게 유일했다. 가족에게 실직사실을 알리지 않은 중년가장(정인기)이 지하철 순환선을 탄 채 하루를 보내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올해 칸영화제의 특징은 ‘연로한 거장들의 귀환’을 꼽을 수 있다. 경쟁 부문에 오른 22편 중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네케 감독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켄 로치(76) 등 5편이 70세 이상 감독의 작품이었다. ‘라이크 썸원 인 러브’를 내놓은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72세이며,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의 알랭 레네(프랑스)는 무려 90세다. 레네는 1950년대 말부터 실험적인 화법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 ‘지난해 마리앙바드’ 등으로 충격을 던진 ‘영화계 전설’이다. 미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82), 포르투갈의 최고령 현역 감독인 마누엘 데 올리비에라(104)와 함께 프랑스 최고령 현역 감독으로 꼽힌다.
‘코즈모폴리스’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캐나다)도 일흔 줄에 접어든 노장. ‘크래쉬’ ‘폭력의 역사’ 등을 연출한 그는 청춘스타 로버트 패틴슨을 월가의 뱀파이어로 등장시켜 자본주의의 탐욕을 고발했다.
노장들은 비경쟁 부문에서도 맹활약했다. 클로드 밀러 감독의 ‘테레즈 데케루’는 지난 달 숨진 고인의 유작이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마지막 황제’의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71)는 ‘미 앤드 유’ 를 출품했다.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72)는 3D(입체)로 제작한 ‘드라큘라’, 일본 B급영화의 대가 와카마쓰 고지 감독(76)은 자살한 극우파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11월 25일 미시마가 자기의 운명을 선택한 날’을 선보였다.
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심사위원대상은 약삭빠른 생선장수가 특별한 일을 계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탈리아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리얼리티’, 감독상은 멕시코 도시와 시골 사람 사이의 갈등을 다룬 ‘포스트 테네브라스 룩스’를 만든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상은 암울한 경제상황 속에서 가정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일탈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천사의 나눔’이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무너진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혼남의 이야기를 담은 덴마크영화 ‘사냥’의 매드스 미켈슨, 여우주연상은 두 친구의 우정과 종교 문제를 다룬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비욘드 더 힐스’에서 열연한 크리스티나 플루투르와 코스미나 스트라탄에게 주어졌다. 4년전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문주 감독은 이 작품으로 각본상도 거머쥐었다.
기대를 모았던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수상에 실패했다. 마지막 날 공식 시사회를 가진 ‘돈의 맛’은 엇갈린 평가속에 평론가들로부터 최하점인 1.4점을 받았다. 영국 스크린지는 “광택이 나는 종이에 인쇄한 심오한 만화책 같다. 전작에서 보여준 화려한 스타일은 여전하고 괄목할만한 세트와 훌륭한 촬영, 빠른 액션과 배우들이 있다”고 썼다. 반면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섹스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재료를 가지고도 ‘돈의 맛’은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다. 진부하고 혼란스러운 ‘저속한 작품’(potboiler)”이라고 혹평했다.
한국인 수상자로는 비경쟁 부문인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은 신수원(45) 감독의 ‘순환선’이 카날플뤼스 상과 함께 6000유로(약 900만원)를 받은 게 유일했다. 가족에게 실직사실을 알리지 않은 중년가장(정인기)이 지하철 순환선을 탄 채 하루를 보내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올해 칸영화제의 특징은 ‘연로한 거장들의 귀환’을 꼽을 수 있다. 경쟁 부문에 오른 22편 중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네케 감독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켄 로치(76) 등 5편이 70세 이상 감독의 작품이었다. ‘라이크 썸원 인 러브’를 내놓은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72세이며,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의 알랭 레네(프랑스)는 무려 90세다. 레네는 1950년대 말부터 실험적인 화법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 ‘지난해 마리앙바드’ 등으로 충격을 던진 ‘영화계 전설’이다. 미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82), 포르투갈의 최고령 현역 감독인 마누엘 데 올리비에라(104)와 함께 프랑스 최고령 현역 감독으로 꼽힌다.
‘코즈모폴리스’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캐나다)도 일흔 줄에 접어든 노장. ‘크래쉬’ ‘폭력의 역사’ 등을 연출한 그는 청춘스타 로버트 패틴슨을 월가의 뱀파이어로 등장시켜 자본주의의 탐욕을 고발했다.
노장들은 비경쟁 부문에서도 맹활약했다. 클로드 밀러 감독의 ‘테레즈 데케루’는 지난 달 숨진 고인의 유작이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마지막 황제’의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71)는 ‘미 앤드 유’ 를 출품했다.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72)는 3D(입체)로 제작한 ‘드라큘라’, 일본 B급영화의 대가 와카마쓰 고지 감독(76)은 자살한 극우파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11월 25일 미시마가 자기의 운명을 선택한 날’을 선보였다.
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