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영화제] "관객이 영화 생산자로 참여…29초영화제가 촉매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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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찰나에 담는 순간 짜릿“29초라는 짧은 시간에 하나의 세계를 응집력 있게 담아낸다는 게 가장 큰 의미죠.”
청소년들 톡톡 튀는 작품 기대
지명혁 < 29초영화제 집행·심사위원장 /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 >
지난 대회에 이어 제2회 29초영화제 집행위원장 겸 심사위원장을 맡은 지명혁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사진)는 29초영화제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관객은 더 이상 영화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자로 변모하고 있다”며 “29초영화제가 그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자로 변모하는 관객의 의미에 대해 프랑스 작가 롤랑 바르트의 개념을 빌려 ‘작가의 죽음’ 혹은 ‘새로운 독자의 탄생’이라고 설명했다.▷청소년부가 신설됐다. 어떤 기대를 갖는가.
“제1회 대회에서 청소년들이 숙련된 영상 기술을 가진 전공자나 전문가들과 경쟁하다보니 아깝게 수상의 영광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잠재력 있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청소년부를 신설했다. 청소년들은 빼어난 영상미보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을 많이 제출해 줬으면 좋겠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참여도 많다.“29초영화제의 특징은 모든 사람이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3분짜리 영화 제작은 50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3분 정도의 영화를 찍으려면 편집 능력까지 갖춰야 하지만 29초짜리 영상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9초영화제는 국민 모두를 위한 영화축제다.”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감독들의 소통이 부족한 면도 있을 텐데.
“감독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시상식 하는 날 외에는 거의 없다. 그래서 감독들의 소통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재능을 기부하고 협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모이면 영화도 발전한다. 그래서 최근 열린 집행위원 회의에서 29초 워크숍을 여는 방안을 논의했다. 영상에 관심이 많고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접근 방법과 촬영법 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29초 영상을 찍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는 의견이 있었다. 소통의 창을 어떤 식으로 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는 감독들에게 조언 한다면.
“29초라는 시간적 제약은 있지만 우리의 삶을 29초 안에 제대로 담아 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짜릿한 희열은 없을 것이다. 무한한 상상력을 29초 영상에 담아내는 게 영화제의 목적이다. 작품을 만드는 감독들은 함축성 있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면 좋겠다. 제1회 대회에 출품한 작품들 중에서 ‘귀거래사’나 ‘무단투기’ 같은 작품은 상업영화 100편보다 더 큰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함축미의 진수다. 이런 작품들을 관심 있게 관찰해 보고 작품을 만든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