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사람 취급받을까' 비싼 진료비 내야했던 불편한 진실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최근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왔다.

상담후 약처방을 받고 진료비를 내려는데 보험적용을 할 것인지 일반진료비를 다 부담할지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일반진료로 거액을 지불하면 진료기록상 남지않지만 의료보험을 적용받게 되면 훗날 보험등에 가입할때 '정신과 치료받았던 기록이 남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동의서를 작성해야 해서 큰 압박감을 느꼈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잠시 슬픔에 빠진 20대 여성이 고민을 토로하며 상담을 받아도 진료기록상에는 '정신과 치료경험자'로 분류돼 환청이 들리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자살충동이 높은 부류로 취급되는게 현실이다.OECD국중 자살율 1위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일반인들이 큰맘 먹고 정신과를 찾아가고 싶어도 이처럼 진료기록이 남는 문제가 그들이 병원문을 두드리는걸 망설이고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1년 우울증을 경험한 한국인이 전체 인구의 3.6%인데 세계 평균(1%)보다 월등히 높다"며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주부가 가벼운 우울증으로 시작했다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나중에 입원하는 경우도 흔하다. 혹시 시댁에서 알게 될까봐 걱정되어 치료받지 못했다고 말해서 안타까웠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그 주부는 우울증으로 인해 아이들을 예전처럼 잘 돌볼수도 없었고 집안일을 할 수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지 못했다.

유 원장은 "실제로 대다부 내원하는 환자분들이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진료로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진료비를 2배 이상 지불하는걸 감수하면서도 진료기록이 남길 원치 않는다"고 토로했다.실제 불면증으로 치료받은 직장인이 보험가입을 거부당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의료보험을 적용하겠다는 환자들에게는 이후 항의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최근 가벼운 우울증, 불면증이 정신질환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아직 개선해야할 점은 많다.

소아 ADHD도 마찬가지이다. 유은정 원장은 "소아인 경우 조기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우리 아이가 정신과 약을 왜 먹어야하냐'면서 약물치료를 거부하고 집에 돌아갈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요즘 김장훈·차태현·이경규 등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이 별것 아니구나’라는 인식이 퍼지는 점도 정부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현실적으로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유 원장은 "보험회사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에 제한을 둔다면 병이 깊어지기 전에 정신과를 찾는 일을 막는 셈이 된다. 정신과 진료는 불면, 두통 등 여러가지 가벼운 질환들이 더 많은데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무조건 정신과 진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신과 문턱을 낮춰 심리상담이 좀더 활성화돼야 자살율도 줄일 수 있을것이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은 TV리포트, 스타뉴스,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등과 함께 자살방지를 위한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 유은정 원장 >
정신과전문의
비만스트레스 전문병원 좋은클리닉 원장
상담연구원 GOOD IMAGE 원장
JYP entertainment 소속 연예인 상담 주치의
대한 자살예방협회 자문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