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정치 테마株로 시세조종…50억 챙긴 일당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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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증권포털 '팍스넷'에 미리 산 17개 종목 추천…동호회 만들어 조직적 관리‘박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 등 유력 정치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투자를 유도, 5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해당 주가가 오르면 본인들이 보유한 주식을 내다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의 ‘테마주 특별조사반’은 ‘정치테마주’로 주가를 조작한 작전세력 2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1차 수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2부(김주원 부장검사)는 이날 “차기 유력 대권주자와 관련된 허위 정보를 유포해 정치테마주로 포장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자본 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업투자자인 박모씨(31)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씨와 공모한 전업투자자 김모씨(37)와 강원지역 6급 소방공무원 장모씨(46)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비공개 증권동호회인 ‘마이더스GN’을 만든 뒤 회원을 동원, 2011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8개월간 유명 증권포털사이트 ‘팍스넷’의 게시판에 자신들이 미리 사들인 17개 종목이 마치 정치테마주인 것처럼 추천하는 글 5700여개를 올리며 소문을 유포했다. 이렇게 해서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을 팔아 박씨가 챙긴 부당이득은 36억5504만원에 달한다.
팍스넷은 주식 투자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회원이 600만명에 이른다. 김씨도 같은 방법으로 10억5838만원을 챙겼다. 나머지 일당도 2000만~8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제조, 물류, 의류 등 다양한 업종에서 거래량이 적고 주가가 낮은 종목 17개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손쉬운 종목을 정치테마주로 삼은 것이다.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정치테마주가 각광받던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동호회 창립총회를 갖고 일반 회사처럼 회원들에게 대표, 전무, 부장, 차장 등의 직책을 부여해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박씨 등은 W사의 대표이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 출신이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인척주로 추천했다. 또 K사의 대표이사가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라는 점을 내세워 손학규 인척주라고 소개했다.
화장지 제조업체 M사에 대해서는 노인용 기저귀 매출이 미미함에도 이 회사 대표이사가 서강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동문이라는 점과 이 회사가 노인용 기저귀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연결시켰다. 피임기구 제조업체 U사의 경우 2009년 박근혜 의원이 국회에서 에이즈 대책 마련을 역설했다며 정치테마주로 포장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