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아무도 경고등을 보지않는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충격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7년 4.4%에서 현재 3.4%로 떨어진 상태인데 2018년에는 2.4%로 더 내려가고 급기야 2031년 이후는 1%로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도시국가인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33위라니 사실상 꼴찌다. 우리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3배 이상 많은 미국(2.1%)은 물론, 그리스 사태로 붕괴위기에 놓인 유로존(1.4%)과 만년 저성장인 일본(1.3%)보다도 낮다. 몇 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연구원이 예상했던 같은 시점의 잠재성장률도 이보다는 높았다.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20년 뒤에는 변방국가로 전락할 것이란 경고에 다름아니다.

反개방 反시장은 자기부정잠재성장률 추락은 구조적인 문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활동인구와 자본 투자의 감소, 신성장동력의 부재, 생산성 하락 등이 그 원인이다. 하나같이 일조일석에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교육제도, 근로제도, 세제 같은 국가의 기본 시스템 개혁과 서비스분야 등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요구되는 것도 그래서다. 요컨대 경제체질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역주행 일색이다. 정부조차 동반성장 타령이나 하며 경쟁력을 갉아먹기에 바쁘다. 기업영역을 축소하고, 이익을 나누라는 압력을 넣고, 그것도 모자라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무차별적으로 징수하며 목을 조르는 형국이다. 투자를 독려하기는커녕 투자해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거짓 통계를 들이대며 있던 세제 지원마저 없애는 판이다. 정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파이가 커지든 말든 있는 것이나 나눠 먹자는 반값시리즈가 요란하다. 모자라면 가진 사람 것을 뺏어 쓰면 된다는 로빈후드 놀이도 한창이다. 19대 국회 임기가 오늘부터 시작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은 돈을 뿌리는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만들겠다고 야단이다. 종북세력에 점령당한 통합진보당은 아예 시장을 없애고 기업을 해체하자는 파괴적인 주장을 펼 것이다. 한·미 FTA 반대 같은 반개방, 반시장 구호가 목소리를 높이게 생겼다.

바보 정치놀이할 시간 없어이는 우리 성장사에 대한 정면 부정이다. 우리나라는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아홉 번째 나라이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 인구 5000만명을 가진 7대 경제강국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로 경제영토는 전 세계 GDP의 61%로 확대됐다. 반개방이란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다. 우리가 수출하는 나라는 2011년 기준으로 235개국에 달해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204개국)이나 유엔 회원국(193개국)보다 많다. 국내에서 해외로 관광 나간 연인원은 작년 1269만명에서 올해 1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1년에 국민 23%가 외국을 둘러보고 온다는 얘기다.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도 올해 1100만명으로 예상된다. 대개방국가다.

이런 경제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개방과 시장에서 나왔다. 앞으로 살 길도 여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반시장 세력들은 공짜복지를 늘려야 살고 성장없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댄다. 정작 수출은 누가 하고, 성장잠재력은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해외에서는 한국 경제의 성과를 경이롭게 바라보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의 핵심을 무시하고 시장을 깨부수자는 구호를 외쳐대니 기가 막힐 뿐이다. 더 이상 이런 바보 놀음을 하기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