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끊긴 '7080 아지트' 포크레인 소리만…

[인사이드 Story] 추억속으로 사라지는 미사리 카페촌

미사지구 보상 사실상 끝나 아파트 기반시설 공사 한창…카페·맛집 대부분 문 닫아
복합몰 유니온스퀘어 9월께 착공…보상률 80%
30일 찾은 경기 하남시 미사리 옛 라이브 카페촌. 서울춘천고속도로 미사IC에서 팔당대교에 이르는 미사로 5.7㎞ 구간엔 토지 수용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곳에 있던 라이브 카페와 식당들도 대부분 빈집으로 변했다. 카페촌의 78% 정도가 하남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와 수도권 최대의 복합 쇼핑몰인 유니온스퀘어(하남시 지역현안사업 2지구) 개발구역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곳은 앞으로 대규모 쇼핑몰과 지식산업센터, 근린상가 등으로 바뀌게 된다. 철거바람을 타지 않은 1.25㎞ 구간도 언제까지 명맥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수용 마무리 단계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하남미사지구 개발에 따른 토지·지장물 보상을 마무리했다. 아파트 건설을 위한 기반시설 공사도 진행 중이다. 신세계가 개발하는 유니온스퀘어의 보상률도 80%로 마무리 단계다. 유니온스퀘어는 오는 9~10월 착공할 예정이다.

보상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카페와 맛집은 대부분 폐업했다. 지금 영업 중인 이들도 곧 떠나야 한다. 주동근 LH 하남직할사업단 보상부장은 “이전 장소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이곳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30~40개의 라이브 카페가 성업했던 곳이다. 이후 가수 출연료가 치솟고 의왕 백운호수, 양평 등에 비슷한 카페촌이 형성되면서 인기도 시들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카페들이 맛집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10개 가까운 곳이 개발계획 발표 이전까지 영업을 지속했다. 개발보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아테네 엉클톰 등이 수용됐다. 윤시내의 열애를 비롯해 로마, 벤허 등 수용을 피한 몇 곳만 살아남게 됐다.

수용된 투지주 중에는 손해를 본 사람도 더러 있다. 라이브 카페 부지를 수용당한 개그맨 김학래 씨는 “2000년대 중반 26억원을 주고 땅과 건물을 샀던 사람이 18억원 정도밖에 보상을 받지 못해 소송을 벌였다”며 “보상가격이 낮게 책정된 탓에 10년 이상 땅을 가지고 있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쇼핑몰·도시형공장으로 변신미사지구로 수용되는 곳엔 도시형공장과 근린상업용지가 절반씩 들어선다. 도시형공장은 미사지구의 자족기능을 위해 배치하는 공해 없는 공장이다. 근린상업용지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가들이 들어온다. 유니온스퀘어 자리엔 부지 면적 11만7000여㎡, 건축 연면적 33만여㎡ 규모의 복합 쇼핑몰이 들어선다.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복합쇼핑몰이다.

개발 이후에도 라이브 카페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뜻있는 사람들이 신규 상가에 라이브카페 조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남시도 유니온스퀘어에 문화 공연장을 지을 예정이다. 수용되지 않은 땅값은 오름세다. 미사로를 끼고 있는 땅은 개발계획 발표 이전 3.3㎡당 2000만원 수준에서 최근 2500만원대로 뛰었다. 카페이용 수요가 많아 임대료도 높은 수준이다. 작년에 지은 66㎡ 안팎의 상가 임대료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이다.

전병기 가람공인 대표는 “웬만한 서울시내 요지의 상가 임대료와 맞먹는다”며 “과거에는 ‘7080가수’ 출연료가 너무 높아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임대료가 너무 높아 임차인들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조성근/이현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