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연 美아파트 前주인 경연희 씨 사흘째 소환…100만弗 출처 밝혀질까

檢, 정연 씨 소환 불가피할 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37)가 미국에서 구입했다는 아파트의 전 주인 경연희 씨(여·43)가 3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출석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최근 귀국해 지난 28, 29일에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오전 10시께 소환해 간단히 몇가지만 확인하고 오후 1시30분께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한 수사”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 (경씨의) 구체적 진술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일단 경씨가 은행 등을 통하지 않고 불법으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환치기 수법으로 100만달러(13억원)를 송금받아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 중이다. 경씨가 자주 들른다는 미국 코네티컷주의 폭스우드 카지노 매니저로, 이 사건을 폭로한 이달호 씨는 “경씨가 정연씨에게 전화로 100만달러 송금을 요청했으며, 현금 1만원짜리가 든 돈상자 7개를 동생과 외제차딜러 은모씨를 통해 환치기수법으로 경씨에게 전달했다”고 앞서 주장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으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검찰에 소환된 직후 경씨가 소환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전 청장은 검찰조사에서 “권양숙 여사 보좌를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 2명의 계좌에 20억원 이상이 입금돼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와 100만달러 간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씨에게 전달된 돈이 정연씨에게서 나왔다면 돈의 출처도 당연히 검찰의 조사 대상이다.

2009년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640만달러를 준 사실을 밝혀냈다. 경씨에게 전달됐다는 100만달러가 이와는 별개의 자금인지, 또다른 후원자의 돈인지 이번 검찰조사를 통해 밝혀질지도 관심이다. 경씨는 100만달러 수수여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해왔다. 이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정연씨의 검찰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