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기여입학제 장단점 혼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 일으킨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59·사진)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미래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그는 “소비자에게 최저가로 물건을 공급하는 게 유통시장의 유일한 가치라면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반대하는 게 합당하지만, 골목상권의 작은 가게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이나 동네 가게들이 지역사회 발전 및 고용에 크게 기여하는 만큼 이들이 대기업과 함께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을 통해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을 지적했던 그는 시장 자체의 기능과 역할은 높이 평가했다. “시장은 경제활동을 조직하고 정의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많은 사회에 번영과 부를 가져다 주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거래대상이 돼버렸어요. 이것이 삶의 영역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토론해야 해요.”

그는 ‘기여입학제’와 관련, “단점과 함께 장점도 있어 해법이 간단치 않다”며 “다만 우수성 추구, 배움 같은 대학의 본래 목적과 진실성이 돈 때문에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등록금이 비싼 것은 모든 사회의 고민”이라며 “그 해소방법으로 기여입학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번 책을 펴낸 것은 시장에서 돈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런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토론해야 민주주의가 건강해진다”고 얘기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