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강 담합' 8개 건설사에 1115억 과징금

맡을 구간 사전 합의 후 입찰
건설사 "이득 없었다" 반발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나눠먹기식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나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맞았다.

공정위는 5일 전원회의를 열어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4대강 공사 입찰 담합을 주도한 8개 건설사에 모두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금호산업 쌍용건설 한화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계룡건설 삼환기업 등 8개 업체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업체는 8개사가 주도한 담합 컨소시엄에 소속사로 단순 참여한 점이 인정됐다. 이 밖에 공사배분 과정에서 불만을 갖고 컨소시엄을 탈퇴, 경쟁자로 입찰에 참여한 롯데건설과 두산건설, 동부건설 등 3개사는 경고조치만 받았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19개사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걸쳐 있는 15개 공구에 대한 정부 발주를 앞두고 2008년 1월부터 서울 더플라자호텔 등지에서 모임을 갖고 공사배분을 위한 담합을 모의했다. 이 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등 상위 6개사는 2개 공구씩 총 12개 구간을,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1개 공구씩을 갖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11개사는 이들 8개사가 나눠 가진 14개 공구에 골고루 참여했다.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공구당 1~2개 건설사가 거의 단독입찰 수준으로 참여했다”며 “건설사들끼리 굳이 저가입찰 경쟁을 할 필요성이 없어져 공사대금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번 담합에 관련된 14개 공구의 총 공사비는 3조5740억원이다. 공정거래법에는 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관련 매출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과징금을 맞은 8개사의 공사금액과 과징금 부과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컨소시엄을 주도한 회사와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지도 않았다. 사전에 고의를 갖고 담합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건설사들은 공정위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원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애초에는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민자사업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별로 사업제안서를 공동 작성하다보니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공사가 한꺼번에 발주되고 각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입찰에 뛰어들면서 회사마다 5~10%가량 손실을 입었다”며 “이득을 본 게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이정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