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 회장ㆍ김 위원장의 경제위기 대예언

이번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지금 세계경제 위기가 과거 대공황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위기는 펀더멘털 문제여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전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현재 상황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주장하던 것과 약속이라도 한 듯 맞장구를 친 격이다. 이런 경고에 기획재정부는 경제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어려울 것이라며 위기에 대비한 준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다며 부산한 모양새다.

그렇지 않아도 심상찮은 상황이다. 재정이 파탄 난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유로존 4대 경제대국인 스페인까지 유럽연합(EU)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해법을 논의했지만 역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금융시장에는 6월 위기설이 나도는 등 뒤숭숭하다. 이런 마당에 정권 고위 인사들이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대공황 운운하며 공포나 조장하고 있으니 무슨 생각들이신지 알 수 없다. 코스피 수준을 운운하는 언급조차 너무 쉽게 나온다. 강 회장이나 김 위원장은 전혀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 오히려 대책을 마련하고 위기를 관리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다. 이런 분들이 갑자기 꽹과리를 두드리며 예언자 연 하거나 혹은 자본주의가 어떻다느니 하며 사이비 문명사가적 촌평이나 던지고 있으니 이게 웬일인가. 2008년 위기 때와도 딴판이다. 당시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또 그 덕에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도 있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 산업활동 침체, 가계부채 등 걱정스런 요인이 없지 않지만 설비투자, 공장가동률, 외환보유액 등 다른 지표에서는 그렇게 불안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강 회장 김 위원장의 발언이 단순히 경각심을 갖도록 하려는 의도만도 아닌 것 같다.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으니 너무 편하게 발언한다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메시아를 자처하거나 예언자처럼 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소는 누가 키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