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매각 앞두고 은행과 연계영업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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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위원장 "은행 통해 저축銀 영업기반 확대"금융지주사들이 요구해온 은행과 저축은행 간 연계영업이 전면 허용된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하는 솔로몬 미래 한국 한주 등 4개 저축은행 매각 입찰에 금융지주사들이 참여할지 주목된다.
금융지주사 입찰 참여 유도…서민 금융도 활성화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8일 강원도 한솔오크밸리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계영업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반 은행들이 순우량 고객만 상대해선 안 된다”며 “저축은행들과 제휴해 대출영업을 하면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저축은행들은 일반 은행의 지점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주 연계영업 허용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속해 있지 않은 일반 저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고 시중은행들과 제휴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은행이 지점을 방문한 저신용 고객을 저축은행에 단순히 소개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권고로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지주사들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의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게 제도적으로 불가능해 일일이 지점을 다니면서 고객을 소개해달라고 사정해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며 “연계영업이 허용되면 은행과 저축은행 모두에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위는 그동안 연계영업 전면 허용이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지 내부적인 검토작업을 벌여왔다. 그 결과 은행이 저축은행의 본질적인 업무인 대출심사를 제외한 모집행위 등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는 연계영업이 확대되면 금리 스펙트럼의 사각지대로 불려온 연 10% 중반대의 대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현재 대출 원금의 7~10% 정도를 대출모집인에게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는데, 은행에 대출모집 업무를 위탁하면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에 지급할 대출모집 수수료는 2% 정도면 된다는 게 업계의 얘기”라며 “저신용 고객들은 그만큼 금리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연계영업 허용 방침은 솔로몬 미래 한국 한주 등 4개 저축은행 입찰에 금융지주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수차례 금융지주사의 인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작 금융지주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하지만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팔성 우리금융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검토할 수 있다”고 선회했고, 다른 금융지주사들 역시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잇따라 접촉해 연계영업 허용이라는 당근책을 제시한게 이 같은 입장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연계영업
금융지주회사들이 계열 시중은행과 인수 저축은행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영업방식. 시중은행 지점에 저축은행 주거래 대상인 저신용·저소득 고객이 찾아오면 계열 저축은행의 대출상품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알선할 수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대출모집 수수료를 받는다. 지금까지는 단순 소개만 가능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