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대형은행이 미래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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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카우프만 < 헨리카우프만社 대표 >“대형 금융사들의 전성시대는 끝났다.” 이 주장은 최근 금융회사들의 힘과 수익에 비춰볼 때 놀라울 수 있다. 1980~1990년대 금융사들은 이미 과점 시장을 만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소수의 금융사가 부실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심해졌다. 현재 미국에선 겨우 10개의 대형 금융사들이 전체 금융자산의 75%를 관리하고 있다.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대형 금융사들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그럴까? 세분화돼 있는 대형 금융사들은 매수자로서 자산 관리자와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매도자로서 보험사와 금융 중개인 역할을 모두 같이하고 있다. 회사의 구조나 전략,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종종 공익과 충돌한다. 약해진 대형 금융사 경쟁력
대형 금융사들은 또 회사 임원들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임원들은 방대한 경영 지식을 알아야 하고 기업의 리스크를 정확히 관리·평가하기 위해 광범위한 기업 활동을 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임원들은 다른 직원들의 보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도드프랭크법은 금융사의 무모한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조항들을 갖고 있지만 규제가 해결책은 아니다. 주요 금융사들이 ‘대마불사’를 외치는 동안, 경영을 규제하는 새 법안들이 제정돼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로 관리되는 금융시스템은 잘 운영되기 어렵다. 이 같은 제약을 계속 받다보면, 대형 금융사들은 공공 금융기관처럼 될 것이고 신용거래 등 경쟁력 있게 해야 할 업무를 크게 줄이게 될 것이다.대형 금융사들의 영향력은 작아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수십 년간 새로운 금융 상품과 기술을 만들어 감독기관들을 앞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감독기관들은 금융증권이나 파생상품에 대해 예전보다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감독기관과 투자자들은 더 이상 대형사들의 금융상품이 투자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보지 않게 됐다.
금융 환경 급변할 것
한때 대형 금융사를 뒷받침했던 정보기술(IT) 산업도 이제 정부 감독기관을 보조할 것이다. 머지않아 금융거래, 대출, 투자, 부채 등 신용정보가 금융기관에서 감독기관들로 곧장 전해지게 될 것이다. 좀 더 먼 미래에는, 예금 기능 전반이 ‘클라우드’ 환경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에 넘겨질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모든 은행업무를 휴대기기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 지점의 업무는 없어질 것이다.
이 같은 도전은 주요 금융사들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때문에 대형 금융사들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주들이 회사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주주들이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치는 회사가 투자를 줄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형 금융사들은 여러 분야의 투자를 자제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들은 자신의 경영활동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 정부 역할은 줄어들 것이다. 주식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이 모든 것들 때문에 대형 금융사들이 설령 퇴보하더라도 그것을 슬퍼할 필요는 없다.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금융컨설팅회사 헨리카우프만의 대표인 헨리 카우프만이 ‘대형 은행은 미래가 될 수 없다(Big Banks Are Not the Future)’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헨리 카우프만 < 헨리카우프만社 대표 > / 정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