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형 연금, 100세까지 살아도 매달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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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기획] 30년 일하고 30년 즐기자 - (1) 연금보험으로 평생 월급을인천에 있는 연매출 500억원대 무역회사에 근무하다가 지난달 은퇴한 한승섭 씨(58). 30여년 꼬박꼬박 받아온 급여는 앞으로 없어지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노후 대비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서다. 우선 퇴직금에다 저축을 보태 2억5000만원을 보험사 즉시연금에 넣었다. 여기서 매달 약 90만원 탈 수 있다. 2년만 지나면 그동안 납입해온 개인연금을 월급처럼 수령할 수 있다. 한씨는 “사망할 때까지 개인연금을 받는 구조여서 국민연금과 합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씀씀이를 좀 줄이고 건강 유지에 힘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과세 혜택에 복리효과는 '덤'
수명 늘수록 혜택…사망 보장도
20년 이상 장기 가입해야 유리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4월 ‘2012 한경 Money&Investing 전국 로드쇼’ 서울지역 행사에서 예비 은퇴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노후에 월 300만원 이상 필요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58.6%에 달했다. 최소 20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답변까지 합하면 95.4%였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 갖고 평균 기대수명(약 82세)까지 이 정도 월수입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개인연금으로 준비해야 풍요로운 노후생활이 가능하다.
○“노후 대비는 연금이 최고”
한경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노후자금 마련 통로다. 예비 은퇴자 중 절반에 가까운 44.9%가 ‘연금’을 선택했다. 예금(23%)이나 부동산(19.5%)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은퇴 이후 매달 일정액을 탈 수 있는 데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개인연금을 통해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가급적 일찍 가입하는 것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 때문이다.
개인연금 가입 제한은 없다. ‘만 1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다’는 나이 제한도 없어졌다. 연금 수령은 만 45세부터다. 보험사와 은행, 자산운용사, 농협, 수협, 우체국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세제 적격 연금의 경우 연간 400만원 한도로 납입하면 연말정산 때 전액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적격 연금엔 소득공제 혜택이 없다. 대신 10년 이상 납입하면 이자·배당소득이 비과세된다. 금액 한도도 없다. 세제 적격과 비적격을 합친 개인연금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77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1% 늘어났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결과다. 국민연금 급여율이 해마다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 40%로 떨어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금보험은 종신형이 유리
생명보험회사들이 판매하는 연금상품은 독특한 지급 방식을 갖고 있다. 바로 ‘종신형’이다.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일정액을 쪼개 지급하는 구조다. 계약자 입장에선 오래 생존할수록 유리하다. 한 재테크 전문가는 “평균 수명이 연장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가장 안정적인 연금 수령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생보사 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종신형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작년 A사 연금보험에 가입한 32만4550명 중 종신형을 선택한 비중이 98.5%에 달했다. 다만 종신형 연금을 선택하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연금을 넣는 도중에 가입자가 사망하면 기존 누적액과 함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금은 연금에 붙는 특약 형식이어서 100만~300만원으로 적은 편이다.
연금보험엔 최저보증이율이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시중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연 2.5% 안팎의 금리를 보장한다.
약점은 논란이 돼온 사업비다. 일종의 수수료인데, 매달 먼저 뗀 후 나머지를 적립하는 방식이어서 원금 투자액이 적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개인연금에 가입하기 전 상품별 수수료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생보협회 홈페이지에서 모든 보험상품의 사업비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 사업비는 상품별로 다르지만 가입 후 7~10년간 납입금액의 10% 선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