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태양광·홈씨씨 등 신사업 안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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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부재" 우려30만원을 오르내리던 KCC 주가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2월3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폴리실리콘 생산 관련 유형자산의 잔존가액 3237억원을 손실처리한 것이 ‘태양광 사업 중단’으로 해석된 덕분이었다.
주가 석달간 21% 하락
주식 투자도 재미 못봐
하지만 호재가 악재로 ‘둔갑’하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것이 “거꾸로 얘기하면 KCC에는 미래 먹거리가 없다는 얘기 아니냐”는 우려로 바뀐 것이다.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KCC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건자재 도료 등 기존 사업과 달리 태양광, 홈씨씨(건자재 유통사업) 등 오랜기간 공들인 신사업이 죽을 쑤고 있어서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CC는 전날보다 3500원(1.21%) 오른 29만25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3월2일 주가가 37만1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석 달 동안 21.16%나 빠진 셈이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KCC가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에서 거래될 정도로 ‘절대 저평가’ 구간에 놓인 가장 큰 이유는 향후 성장동력에 대한 의문에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KCC는 지난 1분기에도 건자재와 도료 부문에서 각각 169억원과 5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유기실리콘 홈씨씨 반도체소재 등 신사업으로 구성된 기타 부문에선 11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골칫덩이’였던 폴리실리콘 사업을 뺐는데도 적자를 낸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사업 중 유기실리콘만 그런대로 꾸려나갈 뿐 홈씨씨와 반도체소재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신규 사업에 뛰어들 때마다 ‘헛발질’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건자재 유통사업(홈씨씨)의 경우 2007년 말 1호점을 낼 때만 해도 “2012년까지 25개 점포를 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현재 문을 연 점포는 인천 목포 등 2개에 불과하다.그렇다고 과거처럼 주식 투자로 재미를 본 것도 아니다. KCC는 2000년대 초중반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관계사 주식을 주가가 낮을 때 대거 매입한 덕분에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렸지만, 올초 500억원어치를 매입한 한라건설에선 35%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50억원을 출자한 채널A 역시 종합편성채널의 낮은 시청률로 인해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KCC가 7771억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1분기 말 기준)을 토대로 그럴듯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주력인 건자재, 도료는 자신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닌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범(汎)현대가 및 건설업체들로부터 받는 ‘일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구조”라며 “풍부한 현금을 토대로 KCC가 주도하는 신성장동력을 찾을 때 주가도 화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업황 부진으로 잠시 후퇴했을 뿐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라며 “신사업에 직접 진출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