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式 바이&홀드는 낡은 전략…수익 내려면 헤지펀드 투자를"

한국형 헤지펀드 콘퍼런스

세계경제 '뉴 애브노멀' 시대
변동성 큰 장세 일상화…중장기 수익내기 더 어려워

검증된 매니저 선택이 '중요'
연기금 참여해야 조기 정착
▶ 마켓인사이트 6월14일 오후1시24분 보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그의 가치투자 전략은 투자의 정석으로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 자본시장연구원 등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해 14일 열린 ‘한국형 헤지펀드-새로운 도전과 기회’란 주제의 국제 콘퍼런스에서 버핏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세계 경제의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낡은 투자 방식이라는 이유에서였다.기조연설자로 나선 마크 유스코 모건크릭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경제성장이 느려져 주식만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며 “버핏식 매수 후 보유(buy&hold) 전략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채권 외에 통화 원자재 헤지펀드 등 다양한 대상에 투자해야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 애브노멀 시대 접어들어”

유스코 CEO는 “세계 경제가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규정했다. 그가 말하는 뉴 애브노멀은 시장 변동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으로 나타나 위험이 높아진 상태를 뜻한다. 주가가 상승하다가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는 “미국 증시는 2000년 이후 장기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중장기 상승세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매수 후 보유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그가 제안한 투자 방법은 헤지펀드 원자재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주식과 채권을 60 대 40으로 섞은 포트폴리오가 연 평균 7.5% 수익을 낸 반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편입한 포트폴리오는 연 평균 9.5%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유스코 CEO는 금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금은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을 내는 동시에 투명성이 높은 헤지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리버 와이즈버그 시타델 아시아 대표는 “수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익을 어떻게 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좋을 때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지만 훌륭한 매니저는 하락장에서 위험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 더글러스 K2어드바이저 회장도 가장 중요한 헤지펀드 투자 기준으로 투명성을 꼽았다. 그는 “헤지펀드는 소기업”이라며 “실패할 수도 있지만 매니저를 검증할 수 있는 투명한 정책을 쓰는 헤지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운용하고 재무상황이 어떤지, 펀드매니저가 어디 출신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매니저에게 어떤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펀드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기금 참여는 필수”‘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국내 연기금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372조원에 이르는 국내 연기금 운용자금 중 0.5~1%만 헤지펀드에 투자해도 1조8600억~3조7200억원이 들어온다”며 “연기금 자금이 뒷받침된다면 국내 헤지펀드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기금들이 헤지펀드 적정 투자비중을 평균 2.8%로 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기금은 충분한 투자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헤지펀드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인가요건을 자기자본과 전문 운용인력 등 필수적인 부분만 빼고 모두 자율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사장도 “인도와 일본이 과거 공매도와 통화 금융상품 거래 금지 등 강한 규제를 한 뒤 헤지펀드 산업이 급격히 위축됐다”며 한국형 헤지펀드에 가해진 규제를 가급적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면 자율화가 어렵다면 펀드 인가 요건을 대폭 완화한 뒤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율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는 일임수탁액 10조원 이상일 때만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지만 이 기준을 1조원이나 5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낮추는 식의 진입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호/김석/안재광/김은정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