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드라마 저품격 언어 남발

“니까짓 게 무슨 일을 해, 괜히 사기나 당할라구”(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중 인격을 모독하는 표현) “돈만 받아먹고 쌩깔라고?” (SBS ‘굿바이 마눌’ 중 비속어) “너 내 전화 왜 씹어?(왜 안받아)”(MBC ‘신들의 만찬’ 중 은어 및 통신어) “저 새끼 귓구멍을 확 파 버려” (TV조선 ‘지운수대통’ 중 폭력적 표현) “포스트 원스탑 출산 육아 빌딩 프로젝트요.”(MBN ‘수상한 가족’ 중 불필요한 외국어 및 외래어)

지난달 방송 드라마에 등장한 저품격 대사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이 지난 5월 한 달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등 7개사가 방영 중인 드라마 11편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잘못된 언어 사용 사례가 총 492건에 달했다. 비표준어, 문법에 맞지 않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표현, 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표현, 불필요한 외국어와 외래어, 은어 및 통신어, 비속어나 선정적 표현 등이 그것이다.이중 비속어가 가장 많았다. “평생 꼴통 짓 할지 몰라요”(‘신들의 만찬’) “이게 왜 찢어지고 지랄이야”(‘수상한 가족’) “사사건건 갈구는 거 자기 못 봤어?”(JTBC ‘해피엔딩’) 등이 대표적이다.

불필요한 외래어와 외국어 사용이 그 뒤를 이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유니크(독특)하고 엔터테인먼트(오락)적인 공간 위주로”(SBS ‘신사의 품격’) “와이프가 그렇게 걱정돼?”(‘해피엔딩’) “브레이크타임(쉬는 시간)은 싸우라는 시간입니까?”“되게 쿨하다”(‘신들의 만찬’) “그게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이라 구할 수도 없구”(‘지운수대통’).

인격 모독이나 차별적 표현도 여과없이 방영됐다. “찌질이 삼촌”“아버지가 개호구?”“이따위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등이 남발됐다. 특히 “저 새끼 뒤졌어”“김집사 아저씨예. 요걸로 한번 줘터져 보실래예”“저희 사장님이 배에 칼 딱 세 번 맞으시고 착해지셨거든요”라는 폭력적인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안방극장에서 사용됐다.

이처럼 잘못된 언어를 사용한 사례는 MBN ‘수상한 가족’이 157건으로 가장 많았다. TV조선 ‘지운수대통’이 74건으로 2위,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68건으로 3위에 랭크됐다.

드라마에 자극적인 표현들이 남발하는 이유는 시청률을 올리려는 동기가 가장 크다. 자극적인 언사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드는 효과적인 수단이다.또한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시각에서보면 우리 사회에 저품격 언어가 널리 퍼져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회 전체에서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인도하려면 방송이 먼저 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송이 바르고 품격 있는 언어를 내보내야 국민들도 따라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 언어는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뿐더러 한국문화를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중요한 매체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달 동일한 조사를 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담당관인 조원형 연구사는 “저속한 표현은 국민정서에 좋지 않은 데 그치지 않고 한류 붐을 타고 수출까지 되고 있다”며 “국어순화 운동 차원에서 드라마에서 저품격 언어를 적발해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연구사는 “이 조사 결과에 따라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시정하기를 바라지만 개선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방송사에 시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