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집단대출 '연체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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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입주예정자, 계약해제 요구하며 소송전…중도금 연체율은 10% 육박벽산건설이 공사를 맡은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 중도금 대출을 해준 신한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에게 총 1200억원가량의 중도금 대출을 내줬는데 이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며 중도금을 갚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의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1.16%로 치솟았다. 작년 말 0.44%에 비해 3배가량 급등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슷한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시중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2009년 전후 분양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 대다수에서 중도금 대출을 둘러싸고 건설사와 은행, 계약자 간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가계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중도금 대출은 입주가 끝나면 잔금 대출로 전환하는데 계약자들은 중도금을 내는 것도, 잔금 대출로 전환하는 것도 거부한 채 버티고 있다. 소송전이 벌어지는 지역은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청라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가 대부분이다. 대개 가격이 분양가 대비 10~20%가량 떨어진 곳들이다. 이 중 30여개 단지에서 중도금 납부 거부를 포함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거나 벌일 예정인 것으로 은행권은 추산하고 있다.
한강신도시 우미린아파트의 경우 1058가구 중 절반가량인 500여가구가 소송에 참여하며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 단지의 집단대출을 맡은 우리은행의 중도금 대출 연체율은 이 기간 2.91%에서 5.81%로 급등했다.
아파트 집단대출 비중이 높은 국민은행의 중도금 대출 연체율은 10%에 육박한다. 신한은행의 중도금 대출 연체율도 5%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계약자들은 “집값 하락의 책임을 계약자만 전부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며 건설사 은행 등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계약자를 모집해 소송을 진행하는 기획소송 형태도 띠고 있다.
◆ 집단대출
특정 단체 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개별 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대출.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시공사 혹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한다.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