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컴백' 점치는 세가지 이유

(1) 한국관련 글로벌펀드로 18억弗 넘게 유입
(2) 지난주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8214억 순매수
(3) 위험자산 선호심리 커져…원·달러 환율 하락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8039억원을 순매도하며 증시 조정을 주도했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유럽계가 2조6000억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게 외국인 매도 규모가 커진 주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그리스 2차 총선을 전후로 국내 증시에선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로의 자금 유입 등 외국인의 본격 ‘컴백’을 기대하게 만드는 몇 가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자금 유입 기대감 19일 코스피지수는 0.06포인트 상승한 1891.77로 장을 마쳤다. 그리스 2차 총선이 끝나자마자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어서는 등 악재가 불거졌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며 보합 수준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3752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1932억원어치를 사들여 이틀 연속 ‘사자’를 지속했다.

최근 증시에서 감지되는 세 가지 흐름은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선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초부터 5주 연속으로 총 55억100만달러가 순유출됐던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 지난 6~13일에는 18억17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 투자 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최소한 외국인 매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비차익거래 순매수가 증가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는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묶어 한번에 내는 주문이다. 외국인이 한국 투자 비중을 늘리는 초기 국면에 먼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의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는 5월 둘째주(14~18일)부터 순매도 추세를 이어오다가 이달 들어 순매수로 전환됐다. 지난주(11~15일) 외국인 비차익거래 순매수 규모는 8214억원에 달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도했던 1~2월 유동성 장세에서도 초기에 외국인 비차익거래 순매수 규모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환율 하락 움직임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0전 내린 1156원30전으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 환율은 24원(2.03%) 내려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연구원은 “환율 하락은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외국인 비중 낮아진 업종 주목

그리스 2차 총선이 끝나 전날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지만 증시가 단기간에 급반등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G2(미국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작지 않아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3분기에 본격적인 안도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 나타났던 상승(1분기)과 하락(2분기) 패턴이 하반기에도 데칼코마니(전사기법)처럼 재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경우 1월에 그랬던 것처럼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투자 비중을 줄여 놓은 업종에 대한 투자를 먼저 늘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조 연구원은 “5월 이후 은행 보험 섬유·의복 전기·전자 증권 화학업종 순으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 이들 업종으로 먼저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