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비 반납이 '쇼' 라는 야당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19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의 의원총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국회 공전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6월 세비를 반납하려는 당 지도부 계획에 대해 ‘생계형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이날 의총을 잡은 것은 20일 국회사무처에서 19대 첫 세비가 지급되는 만큼 그 전에 당론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세비 반납은 첫 번째로 총선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행동은 무노동 무임금을 어떻게 실천하느냐”라며 “국민은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서도 많은 세금을 내 국회 활동비를 대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유도했다.

의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한 재선 의원은 “법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책 개발, 지역구 관리, 법안 제출 등 일반적인 의정활동은 다 하고 있는데 노는 것처럼 몰아세우니 힘이 빠진다”고 했다.

세비를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생계형 의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현실론’적인 푸념도 나왔다.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날 새누리당은 150명의 소속 의원 중 141명이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공제동의서에 서명했다.새누리당의 세비 반납은 제1야당 민주통합당엔 남의 일일 뿐이다. ‘유노동 유임금’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세비반납을 정치쇼라고 비난한다. “국회라는 직장을 폐쇄한 새누리당의 무노동 무임금 주장은 1% 특권 정당다운 태도”라는 것이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구성이 안 되는 것은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양보하지 않는 새누리당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민주당 말대로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른 세비 반납은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정치쇼의 성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무노동과 유노동의 경계선도 애매한 게 사실이다.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것에 대해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당이 비난할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회공전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 국회 문도 열지 않은 채 “우린 일 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논리에 과연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