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G20 정상회의] 유로존 위기 책임 공방…"은행개혁 박차를" vs "위기 시작은 미국"

공동선언문에 유로존 금융구조 통합 포함
"28~29일 EU정상회의가 실질적 해결의 장"

유럽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8일(현지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 모인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서로 ‘총대를 메라’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때 제시했던 ‘은행동맹(Banking Union)’을 해법의 하나로 신속히 도입하도록 강력히 압박했다. 독일의 반대로 은행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더 통합된 금융구조(more integrated financial architecture)’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정상들 간 책임 공방 치열 G20 정상들은 “G20이 결속 강화와 유로존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동원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19일 오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가 책임지고 위기를 해결할 것이냐’엔 이견을 보였다.

데이비드 플루프 미국 백악관 선임 고문은 G20 정상회의 직전 방송회견에서 “G20에선 유럽 위기의 돌파구 마련이 힘들 것”이라며 “오는 28~2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가 실질적인 해결의 장(場)”이라고 못박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위기 타개를 위해 유로존이 재정과 은행 부문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존 강국들이 더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서 유로존 강국은 독일을 가리킨 것이다.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멕시코의 기예모 오르티스 전 중앙은행장은 “ECB가 개입하면 유럽 위기를 거의 즉각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며 “ECB가 그간 많은 것을 했지만 더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非)유럽 국가들이 유로존 최대 강국인 독일이 위기 해소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G20 참가국 각자가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G20 일각에서 위기를 계기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매우 끔찍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남미 일부 국가의 보호주의 움직임을 경고한 것이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은 더 격하게 반응했다. 그는 “(유로존) 위기의 시발은 북미”라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점을 지적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솔직히 말해 훈계를 들으려고 G20에 온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EU 밖의) 다른 나라들이 거대한 외부적 불균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시정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중국 등의 환율 및 산업 지원 정책과 EU를 상대로 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거론한 것이다.

◆G20가 압박한 해법 ‘은행동맹’

이번 정상회의에선 은행동맹이 유럽 재정위기 해법으로 제시됐다.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G20 정상회의에서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유로화 존속을 위해 은행 시스템을 통합하는 방안에 한발 더 다가서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G20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에는 “유럽의 금융 구조를 더 통합하는 방향으로 확고한 진전을 이룬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유로존 전체 민간은행을 일괄 감독하고, 공동으로 예금 보장을 해주도록 한다는 것.

부실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이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책이다. 이를 G20 정상회의 합의문에 명시, 유럽 각국이 수용하도록 강하게 압박한 셈이다.

다만 해외 은행 부실이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독일 측 입장이 반영돼 ‘은행동맹’이라는 용어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5개국이 28일 EU정상회의에서 자국의 은행감독권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은행동맹으로 가는 전 단계인 금융감독 일원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바호주 위원장은 이번 G20 회의에서 “유럽통합조약을 개정하지 않고 이른 시일 내에 은행동맹을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카보스=차병석 기자/김동욱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