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전경련, 19대 출발부터 '충돌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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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경련, 오만방자" 정면공격
경제민주화 논쟁 이어 의원입법 심사 티격태격
전경련 "의견 개진도 못하나"
“경제 쿠데타적 발상이다.” vs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19대 국회 초반부터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야권이 내세우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비판한 게 시작이다. 지난 18일에는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규제 정책을 감시하기 위해 한국규제학회와 함께 의원입법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이 발끈하면서 양측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는 민주통합당이 전경련을 정면 공격한 것을 두고 경제민주화 정책을 밀어붙여 향후 정국 운영과 대통령 선거전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경제민주화 반대 세력 용납 안 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전경련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쏟아낸 것은 경제민주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국규제학회와 전경련이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 심사를 실시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난 18일 이언주 원내대변인 명의로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경제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강도를 높였다. 당 관계자는 “4·11 총선 때 새누리당이 득표 전략으로 민생과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와 상당한 재미를 본 게 사실 아니냐”며 “그러나 정작 선거가 끝난 뒤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전경련의 의원입법 규제 심사 MOU 체결이나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또 “학계나 민간 시민단체에서 입법 모니터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뭐가 있겠느냐”며 “경제민주화를 흔들려고 하는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견 개진할 자유도 없나”
전경련은 규제 입법 모니터링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필요한 국민의견 수렴 절차라고 반박했다. 전경련과 규제학회는 월단위로 의원 입법을 평가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성벽을 쌓아놓고 안에서 자기들끼리만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입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니터링 대상과 분석방법 등은 모두 제3의 기관인 규제학회에서 맡는다”며 “전경련이나 대기업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윤 규제학회 회장(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은 “저쪽(민주통합당)에서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좀 더 두고 본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졌다는 특권의식을 먼저 버려야 한다”며 “의원입법 규제 모니터링은 잘하는 일이며 오히려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인석 부천대 교수는 “여야 의원들이 최근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졸속 입법과 부실 입법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18대 국회 지역구 의원 241명의 공약 4516개를 분석한 결과 실현된 것이 3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건호/이호기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