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투박한 말투를 타박 말라

‘남행열차!’

최근 공직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건배사란다. 내용은 이렇다. “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기 정권까지(살아남자)!”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들이 장난 삼아 던지는 자조적인 건배사라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권력자나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것은 조직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코드’를 맞추는 것까진 어렵다고 해도 일부러 눈 밖에 나려고 노력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신사업을 좋아하는 최고경영자(CEO) 아래에선 새로운 시도를 늘려야 하고 내실을 다지려는 사장에게는 생산성 향상으로 호응하는 것이 회사원의 바른 자세다.

자, 그런데 이 상황을 사장의 눈으로 다시 보자. 혹시 우리 직원들이 ‘내 시대’를 남다른 눈치로 넘기고 있다면 어찌할까. 직원들이 옳은 길을 걷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경영자는 일반 직원들과 비교할 수 없는 ‘대의’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성찰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회사가 사장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어서다.

대기업에서 부회장까지 지낸 한 원로는 말이나 표정이 아니라 행동으로 제대로 된 사람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을 끝낸 간부는 회의 때 의자에 등을 대고 건방지게 앉아요. 제대로 못 마친 간부는 책상에 바싹 다가앉아 메모 준비부터 하지요. 건방진 것과 자신감 넘치는 것, 예의 바른 것과 겁을 내는 것을 가려낼 수 있는 용인술이 중요합니다.”자신감 넘치는 직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통에 자주 시끄러워져야 멋진 회사다. 정권이 바뀌건 말건 원칙을 지킨다는 공직자들이 넘쳐야 제대로 된 나라다.

그러니 사장들이여, 화려한 말과 친근한 인상(교언영색·巧言令色)을 경계하되 투박한 말투를 타박 마시라. 소인배들이 주위에 꼬이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란 얘기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