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폐막] "일자리가 우선"…'긴축 vs 성장' 논란에 마침표

G20 정상, 유로존 '은행동맹' 구축안 지지…스페인 등 조달금리 낮출 수 있도록 협조
“우리는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데 한마음, 한뜻(united)이다.”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19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의 첫줄이다. 과거 G20 정상회의 선언문은 성장과 일자리에 이처럼 힘을 실어 강조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방점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을 계기로 일었던 긴축과 성장 논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G20 정상들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법으로 긴축을 고집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보다는 성장정책을 내세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다.

G20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로스카보스 액션플랜’도 만들어 제시했다. 액션플랜은 “세계 경제의 위험과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이제 우리의 초점은 수요와 성장, 자신감과 금융 안정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조율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과 다른 G20 국가들이 세계경제 성장을 촉진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2년 전 G20 정상회의를 지배했던 엄격한 긴축 초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201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선 ‘성장으로 가는 다음 조치를 취할 것에 합의한다’는 다소 미온적인 입장이 발표됐었다.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할 ‘프리미어 글로벌 정상회의’로 평가받는 G20 정상회의가 긴축에서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유로존 국가인 그리스는 긴축을 완화할 수 있는 커다란 명분을 얻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긴축 정책을 요구해 왔다. 오는 11월6일 대선을 앞두고 재정을 다소 완화, 경기를 부양해야 할 처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서도 G20이라는 원군을 얻은 셈이다. 공화당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맞서왔기 때문이다.

G20 정상들은 오는 28~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EU가 추진하는 ‘은행동맹’(가칭) 구축안도 지지했다. 유로존 공동의 은행감독권과 예금보장제를 도입하자는 은행동맹은 메르켈 총리가 반대해 왔던 구상이다. 그는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자본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은 은행들이 경제 위험과 혼란의 실질적인 원인”이라고 말해 반대 입장에서 다소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G20 정상들은 또 최근 국채 금리가 장중 사상 최고치인 연 7.28%까지 치솟아 위기가 높아졌던 스페인도 배려했다. 유로존 국가들이 버틸 수 있는 조달금리를 확보하도록 경제 통합을 이룬다는 EU의 계획을 지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스페인이 그렇게 높은 조달금리를 부담하도록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은 유로존 국가들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는 명시하지 않았다.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존의 통합과 안정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와 같은 국가들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G20가 촉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