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 오성엘에스티…태양광 돈 안되고, LCD 자회사는 실적부진…안 풀리네

10개월 새 주가 60% 하락, 올해 390억 적자 예상…업황 호전 여부가 변수
캐시카우인 태양광 사업에 드리운 먹구름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4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신화인터텍은 돈벌이가 시원찮다.

태양광 잉곳·웨이퍼 전문기업 오성엘에스티(회장 윤순광)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주력 사업 수익성 악화, 신사업(LCD·액정표시장치) 투자 실패 등 이중고에 시달리며 투자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2일 2만2100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이날 8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개월여 만에 6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건 주력인 태양광 사업이 난항을 거듭하는 탓이 가장 크다. 작년 상반기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업황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태양광 잉곳 및 웨이퍼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병화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치킨게임이 계속되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잉곳·웨이퍼 업체들이 모두 같은 처지이긴 한데 그나마 상장사들은 좀 나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부진에 따라 오성엘에스티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교보증권은 이 회사가 올해 연간 3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이 2010년 304억원에서 지난해 71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적자로 전환하는 것. 매출은 작년(연결 1980억원)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화인터텍 투자가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LCD 부품인 광학필름 업체 신화인터텍 최대주주 지분 23.20%를 250억원에 매입하고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등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에 투자한 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주 수요처인 LCD 산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신화인터텍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199억원, 영업이익 98억원, 순손실 32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0% 감소하고 순손실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경영계획은 당초 3500억원이었으나 상반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연간 매출은 3000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오성엘에스티가 신화인터텍에 투자한 건 신화인터텍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기댈 언덕’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삼성도 제 코가 석자이기 때문에 구매량을 늘려줄 수 없는 상황도 오성엔 문제”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당초 신화인터텍 지분 13.90%에 이르는 BW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LCD사업부가 물적 분할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로 지분이 이관됐다. 이런 가운데 오성엘에스티가 신화인터텍 지분을 사고팔아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성엘에스티는 지난 4~5월 외국계 투자사 몬디알코리아와 이트레이드증권에 각각 BW 88만6917주를 주당 610원에 매각했다. 그러고 나서 6월에는 수성기술로부터 주당 137원에 260만4845주를 사들였다.

이에 대해 오성엘에스티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고판 것으로 추가 거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CD와 태양광 업황이 모두 좋지 않은 건 맞다”면서도 “LCD는 신제품으로 불황을 타개하고 태양광의 경우 2공장이 완공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확립,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