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100일…中企 원산지 확인 땐 稅감면 확대

공제한도 연 200만원까지
온라인 시스템 구축에 최대 1000만원 지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22일로 100일을 맞지만 중소기업들의 활용도는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원산지 확인을 꺼리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대책회의를 열고 원산지 확인서를 발급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 등 대폭적인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세금 감면 확대·관세 조사도 약식으로FTA 협정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수출업체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수입업체에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수출 대기업 등에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 대다수는 원산지 확인서를 발급하는 것을 꺼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은 별도의 인원과 비용을 들여 확인서를 발급해야 하지만 혜택은 수출업체에만 돌아간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산지 정보를 제공하면서 기업 비밀이 새나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확인서를 발급할 때 정부에서 받는 인센티브는 수출 건당 1만원씩, 연간 3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는 게 전부다.

재정부는 이날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제10차 FTA 활용 지원 정책협의회’를 열고 원산지 확인서 발급 책임과 비용 부담은 중소기업이 떠안고 혜택은 대기업이 누리는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우선 원산지 확인서 발급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연간 20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한도를 높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건별 공제금액을 올릴지, 연간 한도를 확대할지 등 구체적인 방법은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확인서 발급 우수 기업을 선정해 관세 조사 등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수입품 관세 조사 때 현장검사를 생략하고 서류심사로 대체하되 제출서류도 줄여주기로 했다. 또 정부의 수출역량 강화 사업 지원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고 수출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밖에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대상 선정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원산지 확인 시스템 구축도 지원주영섭 관세청장은 이날 서울 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 ITX시큐리티 등 20여개 수출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FTA 활용 방안을 놓고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화학제조업체 CEO는 “FTA 혜택을 보기 위해 원산지 증명을 준비 중인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모 정보기술(IT) 업체 대표도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주요 부품 중 몇%나 원산지 확인 증명을 받아야 하는지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원산지 증명 시스템인 ‘FTA-PASS’ 또는 ‘FTA-KOREA’ 등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중소기업들에 최대 1000만원까지 설치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대상 기업을 모집한 뒤 내달부터 설치비용을 지급할 계획이다. 관세청을 통해 1 대 1 맞춤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세관도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FTA 활용 설명회 등을 열기로 했다.

주영섭 청장은 “전국 주요 산업단지 및 기업 현장을 방문해 FTA 활용 애로사항을 파악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