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왜 1박당 계산하지?…당연한 관행에 물음표를 던져라

경영학 카페

신개념 공항호텔'요텔'
사용한 시간만큼만 계산…영국·네덜란드서 성공

롤스로이스'토털케어'
비행기 엔진 유지·보수…항공사 아닌 판매자가 책임
경쟁사의 장점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배우려다 보니 회사든 제품이든 날이 갈수록 비슷해진다. 전략, 기업문화, 리더십, 품질 등 기존에 경쟁력의 근원으로 여겨지던 항목들이 더 이상 차별화된 경쟁 포인트가 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우위를 위해 사업에 대한 자기 회사만의 독특한 관점을 가지려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업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본적인 관행, 즉 업(業)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것을 독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호텔업계의 기본적인 관행은 오후 3시 이후에 체크인해서 다음날 낮 12시 이전에 체크아웃하는 것이다. 한밤중에 들어가서 새벽 일찍 나오게 되더라도 하루 요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환승객을 대상으로 공항 근처에서 영업을 하는 호텔도 이런 관행을 따라야 할까.새벽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도착하는 환승객들은 공항에서 대여섯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면세점을 어슬렁거리기보다는 호텔에서 편하게 쉬고 싶지만, 몇 시간 들어갔다 나오면서 하루치 방값을 지불하는 것은 왠지 억울하고 부담스럽다. 최근 문을 연 호텔 체인인 요텔(Yotel)은 이런 관행에 반기를 들었다.

요텔을 이용한 손님들은 하루치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사용한 시간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영국 개트윅과 히드로공항에서 첫선을 보인 요텔은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으로 확장하더니, 최근에는 여세를 몰아 뉴욕 도심에도 호텔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행기 엔진업계의 기본 관행은 엔진을 사용하면서 필요한 유지와 보수에 대한 책임은 항공사가 지는 것이다. 운영하면서 생기는 리스크는 운영 주체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이로 인해 여러 골치 아픈 문제들이 항공사를 괴롭혔지만, 관행은 오랜 세월 동안 바뀌지 않았다. 롤스로이스는 이런 시장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들고 나왔다. 판매와 유지, 보수 시장을 통합한 것이다.토털케어(Total Care)라는 상품을 통해서 엔진 장기 보유에 따르는 여러 리스크를 사용자인 항공사가 아닌 판매자인 롤스로이스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이제 항공사는 엔진 사용 시간만큼 일정 비용을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고장이나 유지, 보수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항공사들의 호응에 힘입어 롤스로이스는 큰 이익을 보고 있다. 토털케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에서 2010년 65%까지 성장했다.

이처럼 당연하게 생각되던 관행을 새롭게 해석하고 독창적인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거에는 주로 경영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경쟁사가 늘어나게 되면 경영자의 직관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이런 고민에 빠져 있는 기업들이라면 주식시장 개념을 사내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 미국 해군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라이트솔루션스(Rite Solutions)라는 회사가 톡톡히 재미를 본 이 방식은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은 누구나 기획안을 마련해 주당 10달러의 가상 주식을 발행한다. 실제 주식시장과 같다. 아이디어를 상장한 뒤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실행하기 위한 단기 계획안을 작성한다. 이것은 상장한 아이디어를 함께 진행할 동료를 모집하는 일종의 광고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상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직원들은 1만달러에 달하는 가상의 돈을 지급받는다. 이 돈을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에 투자할 수 있다.

결국 좋은 아이디어에는 돈이 몰려 주가도 높아진다. 이렇게 높은 주가를 유지하는 아이디어들은 경영자의 주관 아래 기업 차원의 투자가 이뤄져 실행된다. 선정된 아이디어를 상장한 사람과 그 기획에 동참한 사람들에게는 보상을 한다.

전통적인 경쟁 요소가 오래 유지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업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관행을 뒤집어보자. 경영자의 직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