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얼굴 표지의 수필집 낸 조현오 前청장

'소신지키려다 여론 뭇매' 경찰 그려…27일 세종문화회관서 출판기념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이 정치 탄압을 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질서를 확립하려면 법이 힘 센 자에게나 서민에게나 똑같이 집행된다는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2일 수필집 《조현오 -도전과 혁신》(한경BP 간·사진)을 내놨다.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눈 한쪽은 시커멓게 멍든, 그렇지만 웃음을 머금은 조 전 청장의 얼굴 사진을 책 표지에 실었다. 파격적이란 평가다. 책 디자인을 기획한 한경BP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이 재임 기간 중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해 벌인 검찰과의 논쟁 등 많은 갈등과 여론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법과 소신대로 일을 추진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임 기간 내내 법질서 확립에 힘써온 조 전 청장은 수필집에서도 “경찰의 힘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언론, 정치권, 법원 등 사회 전 분야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권 독립을 비롯해 경찰의 치안 주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경호는 경호처, 정보는 국정원, 작전은 국방부 식으로 다른 기관에 수동적인 자세만 취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치안 관련 전 분야에서 주체성을 확립하자는 취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를 갖고 있었다”는 발언으로 퇴임 직후인 지난 5월 검찰에 소환된 것에 대해서는 “나는 누구처럼 수사기관의 소환을 받고도 출석을 거부하는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 출국 금지까지 시킨 건 유감”이라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차명계좌 발언은 지금도 후회한다. 그 발언을 안 했더라면 인사청문회 때 곤욕을 치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검찰 조사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1시간 이상 진행된 강연에서 한두 군데만 발췌해 문제를 삼는다면 어떻게 경찰기동부대 정신 교육을 하고 방대한 경찰 조직을 관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천안함 유족들이 동물처럼 울부짖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슬픔을 억누르고 이겨내는 모습이 당사자들의 품위를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계 진출설에 대해서는 “언제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인지 고민한 것도 사실이었다”고 토로하면서 “내가 살아있는 한 새로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조 전 청장은 4월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퇴임한 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달 4일 자신의 고향인 부산 벡스코에서 각각 연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