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현장을 찾아서] 외국 난공불락 뚫은 히든챔피언…그 뒤엔 지원군 KEIT 있었네

국가 R&D 전담기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기술 있지만 R&D 자금 확보 힘든 中企 키우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0개 과제 281억 지원
연구 자율성 확대·행정절차 간소화로 문턱 낮춰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연구개발타워에 사무실을 둔 어니언소프트웨어는 정보기술(IT) 운용환경 통합관리 솔루션 개발·공급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혁신형 기업이다. 외국계 업체들이 장악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 ITSM(IT서비스관리) 분야에서 자체 개발한 토종 ITSM 솔루션 ‘팔라딘(Paladin)’으로 외국산 제품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IT 운영 프로세스 정립부터 인터페이스 구현까지 풀 스펙을 제공하면서 가격 대비 효능이 뛰어나 최우수 IT 관리체계 보유 기관 및 기업에 수여하는 ‘itSMF Award’를 민간 부문 최초로 수상했다. 게다가 국내 업체 중 최다 ITSM 구축 프로젝트도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매출과 투자금 대부분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위해 R&D를 더 늘려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R&D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 회사만이 아니다. 어니언소프트웨어처럼 기술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R&D에 적극 투자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꽤 많다. 중소기업들은 연구인력 유출 및 기술 착취 문제, 기술료 부담 등으로 산업 생태계에서 불리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정부는 최근 돈과 사람을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통해 글로벌 전문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R&D 지원 비중을 2015년까지 16.5%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국가 R&D 전담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대목이다. KEIT는 IT 분야 중소기업들의 단독 기술개발 역량을 제고하고 이를 통한 성공 경험 창출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지원 중심 전략사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2010년 지식경제부의 R&D사업 체계 개편에 따라 분야별 중소·중견기업 지원 사업을 통합한 ‘글로벌 전문기술개발 사업’이다. 중소·중견기업의 핵심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전문기업(히든챔피언)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IT 분야의 글로벌 전문기술개발 사업은 IT 중소기업 R&D 역량 강화와 세계적인 IT 분야 전문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신성장 동력 및 녹색기술 등 IT 유망 산업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 IT 유망 산업 기술개발 분야(반도체·디스플레이·DTV/방송 등)와 IT 기반 전통·서비스산업 등 IT와 주력 산업 간 융합 부문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IT 융합 기술개발 분야 등이다. 또 고성능·고품질의 차세대 IT 핵심부품 상용화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차세대 IT 핵심부품 상용화 분야(지능형 센서·스마트 액추에이터 등)와 정보보안 물리보안 등 기업의 단기 상용화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지식정보 보안 상용화 분야 등 총 4개 분야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전문기술개발 사업으로 54개 과제에 339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50개 과제에 281억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IT 분야 중소기업의 글로벌 기술경쟁력 향상과 기술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T산업의 신시장 선점과 신규 고용 창출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KEIT는 R&D 지원 시스템을 엄격한 제재보다는 사전 교육 및 컨설팅 강화를 통해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사업 수행자들이 글로벌 전문기술개발 사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연구 수행자들이 R&D 수행 과정에서 겪는 번거로운 행정절차도 간소화할 방침이다. 정부의 지원에도 IT 분야의 핵심 기술력 확보와 IT 융합 신시장 창출을 위해 IT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여전히 필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해외 시장 선점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로 이들 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