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은 하이모 전무 "女가발 급성장…5년 내 男시장 추월"

여성전용점 개설 등 대응
홍정은 하이모(가발전문 제조기업) 전무(35·사진)는 매일 출근 후 하는 일이 있다. 가발을 써보는 것이다. 탈모 때문이 아니다. 연구를 위해서다. 홍 전무가 쓰는 것은 패션 가발. 그는 직접 가발을 써보고 불편한 점과 보완할 점 등을 체크한다.

홍 전무는 홍인표 하이모 회장의 2녀 중 차녀. 언니 홍정연 씨는 화장품을 수입해 뷰티숍에 납품하는 ‘에버아트’ 사장이다.홍 전무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길 원했으나 2007년 부친의 권유로 회사에 합류했다. 입사 후 홍 전무는 패션을 향한 관심을 가발에 접목시켰다. 그는 2010년 여성 가발 브랜드 ‘하이모 레이디’ 개발을 주도했다. 남성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가발 시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을 예상하고 여성용 가발을 발빠르게 내놓은 것. 이 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최근 모발 이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발 업계는 남성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여성 가발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홍 전무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가발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인식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며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가발 시장은 연간 총 4000억원 규모다. 올 1분기 국내 가발 시장에서 여성 가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5년 전인 2007년만 해도 10% 수준이었다. 하이모는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해 여성 전용 지점을 서울 압구정 등 세 곳에 열었다. 또 전국 모든 지점에 별도로 여성 전용 부스를 마련했다. 이달엔 하이모 레이디 온라인 쇼핑몰도 열 예정이다. 하이모의 지난해 매출은 580억원. 이 중 여성용 가발 매출이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홍 전무는 “일본의 경우 이미 10년 전에 여성 가발 매출이 남성 가발 매출을 앞질렀다”며 “한국에서도 5년 안에 남녀 가발 매출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모는 1987년 가발을 수출하는 ‘우민무역’으로 시작해 1999년 5월 현재의 상호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 대전, 중국 청도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에 44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